[집중분석-벼랑 끝 ICT코리아]마지막 보루 '소재부품'도 흔들린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출시 중저가 스마트폰에 중국 서니옵티컬 카메라 모듈을 적용하기로 했다. 서니옵티컬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렌즈·액추에이터·모듈로 국내 업체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하는 '퍼스트벤더'가 됐다. 중국 부품 업체가 삼성 카메라 모듈 공급 업체로 선정된 건 처음이다. 서니옵티컬은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메이저 스마트폰 업체와 거래하며 빠르게 성장한 중국 광학부품 전문 기업이다.

국가 경제 중심축 역할을 해온 소재부품 산업이 중국 추격에 시나브로 힘을 잃고 있다. 거대 내수 시장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중국 소재부품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며 국내 기업 먹거리를 잠식하는 형국이다.

대표적인 예가 디스플레이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에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능력을 추월당했다. 중국은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생산 설비를 빠르게 늘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세계 LCD 생산능력은 2016년 한국 34.9%, 중국 28.9%였으나 2017년 각각 30%, 34.1%로 역전됐다. 중국 BOE와 차이나스타가 10.5세대 LCD 생산라인에 투자하고 있어 앞으로 LCD 생산능력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한국이 독보적 기술력으로 앞서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도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LCD 경험을 바탕으로 OLED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 중이다. 패스트팔로어를 넘어 잉크젯 프린팅 공정, 폴더블 패널 등 한국보다 앞서기 위한 연구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중국 BOE의 6세대 플렉시블 OLED 라인 B7 가동 기념 사진. 중국에서 6세대 플렉시블 OLED 양산을 시작한 것은 BOE가 처음이다. (사진출처=OFweek 디스플레이 네트워크)
중국 BOE의 6세대 플렉시블 OLED 라인 B7 가동 기념 사진. 중국에서 6세대 플렉시블 OLED 양산을 시작한 것은 BOE가 처음이다. (사진출처=OFweek 디스플레이 네트워크)

배터리 산업에서도 중국은 위협적 존재가 됐다. 규모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를 뛰어넘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 CATL은 올해 1~5월 기준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 순위에서 첫 1위에 올랐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중국 기업 공세에 밀려 순위가 각각 2계단, 1계단 하락한 4위와 6위를 기록했다. CATL은 올해 세계 1위 달성이 유력하다. 최근 폭스바겐, BMW, 다임러, 르노닛산 등 세계 유수 자동차 제조사와 잇달아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무대로 등단했다. SNE리서치는 “LG화학과 삼성SDI는 중국과 일본 업체의 거친 공세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추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위협은 전방위 파상공세다. 중국은 이제 우리나라 국가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를 향하고 있다.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직접 생산을 추진 중이다. 현재 푸젠진화, 이노트론,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메모리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LCD와 발광다이오드(LED)에서 나타난 사례처럼 메모리 역시 중국발 공급과잉, 가격하락 등 악영향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 수출 1위 품목이어서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아직 기술 격차가 적게는 5년, 많게는 10년 정도 난다는 점이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 반도체 기술 습득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집중분석-벼랑 끝 ICT코리아]마지막 보루 '소재부품'도 흔들린다

첨단 미래 분야인 로봇산업에서도 중국은 매섭다. 중국 정부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자국 로봇 시장의 해외 독식을 막기 위해 '중국제조 2025' 10대 전략산업으로 로봇을 선정했다.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는 중이다. 2016년 중국 가전기업 메이디그룹이 세계 4대 산업용 로봇 업체로 꼽히는 쿠카를 인수했다.

국내 로봇업계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뛰어넘었다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한국로봇산업협회와 광운대가 국내 로봇 산학연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2017 로봇산업 경쟁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제조용 로봇' '전문 서비스 로봇' '개인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한국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한국은 로봇 부품 분야에서만 중국보다 앞섰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