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소상공인 “문 닫을 판”…최저임금에 공연사용료 '울상'

저작권법 개정으로 헬스장, 주점, 카페에 적막이 감돈다. 소상공인들은 공통적으로 최저시급인상과 함께 공연사용료 징수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 한 유흥가 밀집지역.(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저작권법 개정으로 헬스장, 주점, 카페에 적막이 감돈다. 소상공인들은 공통적으로 최저시급인상과 함께 공연사용료 징수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 한 유흥가 밀집지역.(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가뜩이나 힘든데 돈 나갈 구멍만 늘어갑니다. 노래 끄고 장사를 어떻게 합니까.”

13년간 헬스장을 운영했다는 최씨는 “올해만큼 힘든 적이 없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공연사용료까지 부담만 쌓여간다”고 하소연했다. 가게 문을 닫을까도 고민 중이다. 그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장사 자체가 어려웠다”면서 “임대료도 오르는데 이대로는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헬스클럽과 15평 이상 카페에 공연권료를 물리는 저작권법 시행 이틀째인 24일 오후 8시 서울의 한 헬스클럽을 찾았다. 평소 들렸던 빠른 템포의 신나는 노래는 들리지 않았다. 옆 사람과 대화를 하려면 소리를 질러야 했던 작은 클럽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적막감만 감돌았다. 삐걱거리는 고정머신 관절음과 쇳덩이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공간을 메웠다. 트레드밀 마찰음이 유독 잘 들렸다. 음악이라고는 회원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전부였다.

분위기가 처지자 회원들은 여느 때보다 빨리 지쳐갔다. “노래를 틀어달라”는 일부 회원의 불만 섞인 목소리도 간간이 들렸다. 최씨는 그때마다 연신 고개를 숙여댔다. 그는 “음악을 못 틀게 하는 법이 어디에 있냐고 항의하는 회원도 많다”면서 “막무가내로 틀어달라고 하는데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난감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작권법 개정이 가져온 후폭풍이다. 23일부터 카페나 호프, 헬스클럽 등도 '음악 공연사용료'를 내도록 법이 바뀌었다. 직격탄은 소상공인 몫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최저임금과 임대료 상승 탓에 맷집이 약해졌는데 음악 사용료까지 내라고 하니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개정 저작권법에 따르면 음료 및 주점업(카페, 호프집 등)은 매장 면적이 50㎡ 이상이면 면적별로 월 2000원에서 2만원까지 공연사용료를 내야 한다. 헬스장은 5만9600원까지 올라간다. 저작권법을 지키지 않으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과 형사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자리를 옮겨 주변 주점에 들어가 봤다.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음악이 꺼진 낯선 술집 풍경에 발걸음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손님들은 영업 여부를 물어봤다. 가게 주인 이씨는 “입구까지 왔다가 돌아가는 손님이 많았다”면서 “평소 대비 손님을 절반밖에 못 받았다”고 말했다.

지역을 옮겨 연남동으로 향했다. 이곳은 완전 딴 세상이었다. 8090 음악이 흘러나왔다. 대화 소리와 음악 그리고 알코올이 뒤섞여 홀을 뒤덮었다.

이 가게는 감성 주점을 표방한다. 음악에 따라 변하는 조명 움직임이 포인트다. 음악은 분위기를 돋웠다.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잔을 들고 흥겨움을 주체하지 못했다. 발라드가 나오면 추억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가게 사장 박씨는 “몰랐다. 사장 단톡방에도 태풍이야기만 하지 그런 말은 없었다”면서 “왜 굳이 돈을 또 내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전했다.

최저임금과 임대료 상승에 음악 '이중 지불'이 얹혀 졌다는 게 시행 첫날 현장 목소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카페와 호프집으로 등록된 업체는 15만3733개다. 이 가운데 전용 50㎡ 이상 사업체는 8만5929개다. 징수 시스템 정착에는 시간 소요와 업주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