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2심서 징역 25년...삼성뇌물 '묵시적 청탁'으로 인정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심에서 징역 25년형을 선고 받았다. 1심 형량보다 1년 더 많은 중형이다. 법원이 1심에서 무죄로 본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건넨 자금을 뇌물로 판단하면서 이 부회장의 향후 상고심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사진공동취재단>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는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등을 받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5년 및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선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 혐의 판단에서 1심이 무죄로 본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건넨 16억2800만원을 모두 뇌물로 판단했다. 삼성그룹에 이재용 부회장 승계작업에 대한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고, 이를 두고 박 전 대통령과의 이 부회장 사이에 묵시적 청탁이 존재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승계작업'의 의미에 대해 “이 부회장이 최소한의 개인자금을 사용해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해 사실상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목표로 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말한다”고 판단했다. 삼성그룹 내에서 추진된 각 개별현안들을 이러한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재판부는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은 1심처럼 뇌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불이익을 우려해 출연금을 냈을 것이라고 봤다.

승마 지원 부분에서도 1심은 삼성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승마 지원을 약속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말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부분 등은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1심이 유죄로 인정한 포스코, 현대차그룹, 롯데그룹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해서도 일부 피해자에 대해서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의 총 형량은 33년이 됐다. 이번 재판 25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1심 형량 6년, 공천개입 재판 1심 형량 2년이 더해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으로 인해 사회 전체가 입은 고통을 헤아리기 어려움에도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법정 출석을 거부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 원하는 국민의 마지막 바람마저 저버려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