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보편요금제, 국회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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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기자
<박지성기자>

보편요금제는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대통령 공약인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지자 보편요금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통사에 연간 7조원에 이르는 매출을 삭감하는 기본료 폐지를 법률로 강제할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결국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정부가 지정한 저가 요금제를 출시토록 의무화하는 보편요금제 법률(안)이 탄생했다.

그러나 정작 법을 제정해야 할 국회는 환영하지 않았다.

정부 출범과 동시에 마련한 통신정책 틀이 '직접적 통신비 인하'에 맞춰졌다. 시장경쟁 활성화 정책을 준비하던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조차 당황했다. 경쟁으로 통신비 인하를 유도할 정책 수단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여당 한 국회의원은 “기본료 폐지 때문에 통신비 직접 인하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고, 보편요금제까지 나오게 됐다”면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초반부터 국회가 적극 참여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여당은 서민 부담 완화를 추진하면서도 과도한 시장 개입 논란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야당은 과도한 시장 개입을 비판하면서도 국민 생활비와 직결된 문제라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반드시 보편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거나 철회가 필요하다고 분명한 입장을 주장하는 의원은 어느 당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회는 이제 보편요금제 선택의 기로에 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보편요금제 법률(안)을 제출했다. 정부는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를 통해 보편요금제 타협안을 도출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채 국회로 공을 넘겼다.

국회는 산업계에 드리워진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입법기관으로서 결론을 서둘러야 한다.

보편요금제 통신비 인하 효과는 정부 자체 집계로도 2조2000억원 이상이다.

이통사와 알뜰폰 도매 대가 협상의 경우 보편요금제로 인한 양측 손실 계획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알뜰폰은 신규 요금제 전략과 내년 계획을 세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5세대(5G) 이동통신 역시 보편요금제로 인한 불확실성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통사는 5G 네트워크 구축이 임박한 2분기 실적발표에서도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를 투자자에게 제시하지 못했다.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한 비밀 전략이 작용한 것도 있지만 경영 계획 수립 입장에서는 보편요금제 파급 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어떤 방향이건 결론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론을 내는 과정에서 법률 절차인 공청회는 필수다. 여야 의원이 계급장을 떼고, 어떤 눈치도 보지 않고 반드시 우리 국민과 경제를 고려해 필요한 정책인지를 엄밀하게 살펴보는 자리가 될 수 있다.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논의하지 못한 법률 쟁점도 좀 더 자세하게 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마련한 보편요금제이지만 책임은 입법권자인 국회에 돌아가기 마련이다. 치밀하게 검토하되 신속하고 정직한 결론이 필요하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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