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대기업 규제 '대폭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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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편한다. 대기업 공익법인과 금융·보험사 의결권을 제한하고, 신규 지주회사 계열사 지분 보유 부담을 높인다. 공정위 독점 고발 권한은 대부분 내려놓는다. 중대한 담합 사건은 공정위가 아닌 검찰이 우선 조사·기소한다.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38년 만에 처음 단행하는 '전면 개편'이다. 그러나 재벌 개혁에 편중돼 기업 경영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과 함께 혁신 성장 기조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했다고 26일 밝혔다. 개정안에 대기업집단(재벌) 시책 개편 내용을 대거 담았다. 대기업 공익법인, 금융·보험사 의결권을 제한했다.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은 상장 계열사에 한해 특수 관계인 합산 15%까지만 의결권을 허용한다. 금융·보험사는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와 무관한 계열사 합병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지주회사가 의무 보유하는 계열사 지분율 요건을 상장사는 20%에서 30%,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각각 높인다. 규제 대상은 새로 설립·전환되는 지주사로 한정했다. 최근 일몰이 3년 연장된 지주회사 설립·전환 과세 이연 혜택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서 3년 후에 개편할 방침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과세 이연 혜택이 과도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서 “올 하반기에 기재부와 개편 방안을 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규제 회피 등 지적이 많은 사익 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규제 대상 총수 일가 지분율 기준을 현행 상장회사 30%, 비상장회사 20%에서 20%로 일원화한다. 이들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현행 자산 규모(10조원)가 아닌 국내총생산(GDP)의 0.5%로 개편한다. 다만 GDP의 0.5%가 10조원을 넘는 해의 이듬해(2023~2024년 예상)부터 시행한다.

위법성이 중대한 경성 담합은 전속 고발제를 폐지한다. 자진신고자감면제(리니언시) 자료는 검찰과 실시간 공유하고, 중대한 담합 사건은 검찰이 우선 조사한다. 유통3법(가맹·유통·대리점), 표시광고법, 하도급법 가운데 기술 유용도 전속고발제를 폐지한다.

공정거래법에 포함된 과도한 형벌 조항은 없앤다. 기업 결합과 일부 불공정 거래, 사업자 단체 금지 행위 등에서 형벌을 폐지한다. 불공정 거래 피해자가 공정위 처분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곧바로 행위 중지를 청구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도입한다.

알고리즘 담합은 개정안에 포함하지 않았다. 부실한 심의 논란 원인으로 지목돼 온 공정위 비상임위원 제도는 4명 모두 상임위원화하기로 했다.

38년 만의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이지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벌 개혁에 편중됐고, 혁신 성장 생태계 구축을 위한 규제 완화 등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기업과 야당 반발이 예상돼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 위원장은 “기업을 옥죈다는 비판과 경제 민주화 사명을 수행하기에 너무 약하다는 상반된 비판이 제기될 것”이라면서 “입법예고 이후 전문가, 이해관계자, 국민 의견을 들어 개정안을 더 합리적으로 다듬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심의가 이뤄져 공정경제, 혁신성장 토대가 될 수 있는 21세기 경쟁법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