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정부 규제 강화에도, 갈수록 진화하는 제약사 불법 리베이트 관행

[이슈분석] 정부 규제 강화에도, 갈수록 진화하는 제약사 불법 리베이트 관행

#서울서부지방검찰청(서부지검)은 1월부터 유한양행 자회사 엠지를 수사했다. 서부지검은 엠지가 병원 의사에게 영양 수액제 납품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을 포착했다. 엠지와엠지의 영업대행업체(CSO), 서울·인천·부산 대형병원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과정에서 엠지가 대형병원 의사 등에 최대 1000만원에 이르는 현금, 금품을 제공한 것을 밝혀냈다. 서부지검은 엠지가 병원 의사에게 영양 수액제 하나당 2000~3000원 현금을 준 것으로 파악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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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지 사건은 제약업계 불법 리베이트 관행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시 의사는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을 받았다. 수법도 고도화됐다. 의사에게 돈을 직접 주는 대신 영업대행업체를 거쳤다. 영업대행업체에 높은 판매수수료를 지급해 이 중 일부를 의사에게 리베이트로 전달했다.

엠지 사건은 올해 발생한 리베이트 불법 혐의 중 가장 큰 규모다. 강력한 규제에도 불법 리베이트 관행이 뿌리 뽑히지 않는다. 엠지 리베이트 거래 내역에 국내 상위 제약사 3곳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방향에 따라 제약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다. 대구에서도 리베이트 연루 의혹이 드러났다. 대구 도매업체가 의사에게 처방 대가로 4억원 규모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다.

◇제약업계, 리베이트 근절 쉽지 않아

국내 제약사뿐 아니라 다국적 제약사 등 업계 전체 리베이트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리베이트가 더욱 음성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매출 상당부분을 영업으로 달성하는 중소 제약사 입장에서는 리베이트를 포기하기 어렵다. 제약업체 관계자는 “복지부 규정이 강화될 때마다 판매대행업체(CSO) 등을 동원해 보다 더 교묘한 방식으로 영업이 진화한다”면서 “제약사 영업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관행도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어려운 원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차가 높은 의사나 약사가 으레 받아왔던 불법 리베이트 요구를 단번에 거절하기 어렵다”면서 “제약사 영업사원이 '갑'인 의사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처방권을 가진 의사와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사 간 '갑' '을' 관계에서 리베이트 근절은 쉽지 않다. 복제약 중심으로 의약품을 판매하는 국내 제약사 특성 상 경쟁은 치열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같은 제품을 같은 가격으로 팔아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어 리베이트 근절은 어렵다”면서 “규제가 강화돼도 불법 리베이트는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자체 공정경쟁규약을 강화하고 노력한다. 협회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자행하는 회원사에 대해 회원 자격정지 처분, 자율준수프로그램(CP) 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스스로 리베이트 영업 관행을 포기하지 않는 한 리베이트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부, 규제 강화하지만…

보건복지부는 2010년 의약품 판매촉진을 위해 의사나 약사 등 의료인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와 의료기관 내 의사를 함께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했다. 그래도 사건은 매년 꾸준히 발생한다.

1월 1일부터 개정된 '약사법 시행규칙'과 '의료기기 유통 및 판매질서 유지에 관한 규칙'도 시행됐다.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정부도 정책 개선을 한다. 규제는 강화했다. 쌍벌제를 비롯해 '삼진아웃제(리베이트 3회 적발 시 해당 의약품 허가를 취소)'와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까지 적용했다.

제약사 영업 방식도 변화한다. 제약사나 의료기기사는 학회 참가비 지원, 견본품 제공, 제품 설명회 시 식음료 제공, 임상시험 비용, 연구비용 지원 등 모든 영업활동을 할 때 영수증과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규정으로 리베이트 기준을 강화됐다. 현 인증 규정에 따르면 혁신형 인증 기업이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되면 500만원에서 1000만원 과징금을 받는다. 인증도 취소된다. 복지부는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세부기준을 보완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확정, 시행했다.

복지부는 제약기업 임원(상법상 이사, 감사)이 횡령, 배임, 주가조작을 하거나, 하위 임직원에게 폭행, 모욕, 성범죄 등 비윤리적 행위를 저질러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3년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을 수 없거나 취소한다는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리베이트 금액 500만원 이상, 적발 2회 이상이면 인증을 받을 수 없거나 인증을 취소한다는 내용 등도 담겼다. 김주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은 “합리적으로 규정 개정안을 확정했으므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 합리성· 형평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제약산업 육성·지원위원회를 열어 일양약품, 바이오니아, 한올바이오파마 등 3곳을 혁신형 제약기업 재인증에서 탈락시켰다. 재인증에 탈락한 3개사 중 일양약품과 한올바이오파마는 3월 불법 리베이트로 약가인하 행정처분을 받았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