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안정환 아시죠? 감스트 모르세요?

[콘텐츠칼럼]안정환 아시죠? 감스트 모르세요?

월드컵은 치열한 승부가 벌어지기 때문에 '총성 없는 전쟁'으로 불린다. 러시아 월드컵 역시 프랑스가 우승하기까지 각국 대표팀이 한 치 양보 없는 전력을 펼쳤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지상파 3사 해설 전쟁도 빚어졌다. MBC, KBS, SBS 지상파 3사가 2002 월드컵 영웅 3인방인 안정환·이영표·박지성을 내세워 불꽃 튀는 시청률 대결을 벌였다.

최근 점점 지평을 넓혀 가는 1인 미디어 세상에서는 또 다른 축구 영웅이 탄생했다. 바로 'BJ 감스트'(본명 김인직·29)다. BJ는 'Broadcasting Jockey'의 줄임말로, 1인 미디어 진행자를 뜻한다. 감스트는 방송용 닉네임이다. 프리미어리그 블랙번에서 활약하던 '모르텐 감스트 페데르센'이란 선수 이름에서 따왔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감스트는 유럽 축구 선수가 아닌 1인 미디어 진행자 아이디로 더 유명하다.

축구 컴퓨터 게임, 방송 등 축구라면 가리지 않고 방송을 진행하던 BJ 감스트는 올해 K리그 홍보대사, MBC 러시아 월드컵 디지털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명실상부 국내 최고 축구 전문 BJ로 거듭났다. 그는 아프리카TV에서만 월드컵 기간에 무려 누적 시청자 수 3700만명을 기록했다. 앞에서 말한 어느 월드컵 영웅의 중계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수치다.

이것이 바로 스포츠 중계에서 1인 미디어의 현주소다. 1인 미디어는 커뮤니티 기반으로 성장한다. 지상파처럼 방송사가 제작한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일방 방식이 아니라 방송 진행자와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어 나간다. 시청자 질문에 진행자는 답하고, 진행자 오류를 시청자가 고쳐 주면서 시너지를 낸다. 단지 '보는' 방송이 아닌 '소통하는' 방송, 즉 커뮤니티 생태계가 1인 미디어의 핵심 경쟁력이다.

특히 스포츠 중계에서 그 어느 때보다 1인 미디어만의 강점이 발휘되고 있다. 스포츠는 전 세대를 아우르고 언어 장벽이 없기 때문에 시청자 간 유대감이 돈독하다.

특히 국가대표 경기를 시청할 때는 유저 모두 국가대표를 한마음으로 응원하면서 서로 간의 친밀감까지 생겨난다. 이미 1인 미디어에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커뮤니티 생태계가 스포츠 중계라는 콘텐츠를 만나 더욱 공고해지는 셈이다.

앞에서 말한 양방향 소통 역시 스포츠 중계를 점차 1인 미디어 쪽으로 넘어오게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기존 공중파 스포츠 중계의 경우 캐스터와 해설위원으로 구성된 중계진이 한 방향으로 시청자들에게 정보 전달만 한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들은 단순히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인 미디어 속 스포츠 중계는 1인 미디어 진행자와 유저가 함께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인 미디어 진행자는 마이크, 유저들은 채팅으로 각각 실시간 소통을 나누면서 서로가 보유한 정보를 나눈다. 일련의 과정에서 더욱 색깔 있는 중계가 완성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스포츠 중계와 1인 미디어 결합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1인 미디어가 만든 축구 영웅 BJ 감스트는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지난 18일 개막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MBC와 함께 디지털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점점 기존 스포츠계도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을 감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물론 BJ 감스트는 1인 미디어에서의 중계도 이어 간다.

이제 1인 미디어와 스포츠 중계는 찰떡궁합을 증명했다. 약 2주 동안 진행되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기간에 축구를 넘어 다른 종목에서도 제 2, 3의 BJ 감스트가 탄생하길 바란다.

이민원 아프리카TV 콘텐츠전략사업본부장 mwlee@afreeca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