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70.5조 '슈퍼예산' 투입…R&D 예산 첫 20조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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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구윤철 기재부 예산실장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9년도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구윤철 기재부 예산실장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9년도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9.7% 많은 총 470조5000억원 규모 '슈퍼예산'으로 확정했다. 그 가운데 일자리와 고용·복지·보건 예산은 162조200억원이다.

정부는 일자리 만들기에 23조5000억원을 투입, 실업난 타개에 나선다. 연구개발(R&D)에 사상 처음으로 20조원 넘게 지출한다. 창업·벤처 육성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10조2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산업 분야에는 18조6000억원을 투입, 산업단지 재정비 등 혁신 성장을 돕는다.

양호한 세수 기반으로 예산을 늘려서 경기 활력을 되찾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 둔화, 소득 분배 악화를 야기한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수정 없이 '돈 풀기'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겠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2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2019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올해(428조8000억원)보다 9.7%(41조7000억원) 많은 470조5000억원 규모로 내년도 예산을 편성했다. 지출 증가율 9.7%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10.6%)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세수 호조에 따른 수입 증가를 감안, 재정 지출 규모를 확대한다”면서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 역동성을 살리며,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자리 예산 증가폭은 역대 최고(22.0%) 수준이다. 총 23조5000억원을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청년일자리 지원,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제공,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9만4000명) 등에 투입한다. 7월 취업자 증가폭이 5000명(전년 동월비)에 그친 '고용참사'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일자리를 포함한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올해 144조6000억원에서 내년 162조200억원으로 확대한다. 기초·장애인연금 인상 등 저소득층 소득 지원 확대, 일자리 안정자금 지속 지원, 소상공인 전용 결제 시스템 구축 등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기초연금·장애연금 인상, 아동수당 지급, 근로장려금 대폭 인상, 기초수당 강화, 자영업자 지원 확대,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했다”면서 “내년도 예산에 대폭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혁신 성장 재원도 확대한다. 최근 3년 동안 제자리걸음 수준이던 R&D 예산을 올해보다 7000억원 증액, 사상 처음 20조원을 초과(20조4000억원)했다. 플랫폼 경제 기반 구축에 올해보다 2조1000억원 많은 5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플랫폼 경제는 △데이터·인공지능(AI) 1조500억원 △수소경제 1100억원 △혁신 인재 양성 3500억원 △8대 선도 사업 3조5900억원으로 각각 구성했다.

중기부 예산은 10조2000억원이 배정됐다. 올해(8조9000억원)보다 14.9% 늘어난 것으로, 중기청 시절을 포함해 본예산 기준으로 최대다. 창업·벤처, 기술·인프라 지원 규모를 대폭 늘려 각각 8855억원, 1조3620억원을 배정한 게 눈에 띈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지원 예산은 7519억원으로 올해보다 2327억원(44.8%) 증액했다.

주력 산업 강화 차원에서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 올해보다 14.3% 많은 18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총 12개로 구분한 내년도 예산안 재원 배분 분야 가운데에서 증가율이 가장 높다. 산업단지 지원에 올해(1641억원)보다 약 3배 많은 6522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게 눈에 띈다.

그러나 정부가 경기 회복, 실업난 해결을 위해 예산을 대거 투입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일자리 마련에 총 54조원을 투입했지만 고용 상황이 악화되는 등 재정 효과 한계를 경험했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수정·개선 없이는 경제 위기 타개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부총리는 “우리가 겪는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하고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켜 나갈 것”이라면서 “재정·금융·세제·규제 혁신 등 모든 정책 수단을 효율 높게 동원하는 등 경제 역동성과 잠재성장률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