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사태 새국면...'화재 원인 규명에 정부 역할 시급'

국내 자동차 전문가와 소비자단체가 BMW 화재사고와 관련해 '배기가스 순환장치(EGR)용 바이패스 밸브의 과한 작동'에 따른 원인 규명 등의 대책 마련을 관계 당국의 촉구했다. 특히 화재 사고가 많았던 '유로(EURO)6' 인증 차량 및 '경고등 미작동'에 따른 국가차원의 예방 조치가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이는 본지가 BMW 4개 차종(520d·320d(2)·GT)을 대상으로 실주행 테스트를 통해 확인한 문제점과 일치한다. <본지 8월 28일자 1면·16면 참조>

28일 한국소비자협회 소속 민간전문조사단은 BMW 차량 화재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바이패스 밸브의 비정상 작동을 제어한 전자제어장치(ECU) 설계 결함을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또 BMW 차량이 화재 직전까지 경고등이 표시되지 않은 점과 유로6 차량(2015~2016년)에서 특히 사고 발생이 많았다는데 주목하고 정부의 즉각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이날 국회에서 열린 'BMW 차량 화재관련 공청회'에서도 BMW코리아와 국토부를 상대로 EGR 바이패스 밸브에 대한 문제점이 집중 추궁됐다.

BMW사태 새국면...'화재 원인 규명에 정부 역할 시급'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실험을 통해 제기됐지만 뜨거운 배출가스를 유입시키는 바이패스 밸브 활용이 다른 차 보다 크게 많다”며 “쿨러의 냉각성능과 바이패스 밸브가 문제지만, 부품보다는 설계상에 오류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패스 밸브의 개폐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소비자협회 소속 조사단측도 밸브의 개폐를 제어하는 ECU의 결함 가능성을 핵심으로 제기했다. 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는 “주행 중에 바이패스 밸브를 열 경우 화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ECU를 통해 이처럼 위험하게 세팅을 한 것은 배출가스를 저감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면 탄력주행 거리가 증가하고, 연소실의 온도유지, 배기가스 온도가 높게 유지돼 산화질소가 저감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BMW가 연비효율과 배출가스 저감을 위해 위험하게 설계를 했다는 주장이다.

다만 한국소비자협회는 바이패스 밸브가 오작동에 의한 압력으로 열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밸브가 열리는 원인에 대해 국토교통부·환경부 등 관련부처에 적극적인 조사가 하루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본지는 최근 국내 자동차 전문가(최영석 선문대 교수·이호근 대덕대 교수)와 함께 BMW 리콜 대상 안전 진단을 받은 3개 차종(520d·320d·GT), 리콜 대상이 아닌 디젤차(320d) 등 총 4대에 대해 실제 주행 테스트를 진행했다.

BMW사태 새국면...'화재 원인 규명에 정부 역할 시급'

테스트에서 BMW코리아가 실시한 긴급 안전 진단을 받은 차량 3종 모두가 고속주행 중, 냉각수 온도 80~100도 사이에서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패스 밸브는 고온 배기가스를 냉각기 혹은 엔진룸·흡기다기관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통상적인 차량 운영 지침에 따르면 이 밸브는 냉각수 온도가 50도 이하에서만 차량 내부 쪽으로 열리도록 설계된다. 500도 이상 고온의 배기가스가 엔진룸의 과열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