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 SW산업,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기고]한국 SW산업,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지난해 하반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 활성화를 위해 5개월여 동안 '아직도 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취임 직후 “왜 SW산업 생태계가 10년 전이나 변한 게 없냐”는 취지 발언으로 만들어진 TF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SW 산업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주요 토론회에 참여하면서 '실행되지도 않을 논의가 오가는 토론회를 또 나갈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많았다.

'아직도 왜' TF 역시 초반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 TF는 이전 토론회와 다름을 느꼈다. TF 종료 후 올해 초 TF에서 논의된 사항을 실행하기 위한 5개 실행(안)이 공식 발표됐다. 실행안은 현재 입법을 기다리고 있다.

SW산업계는 TF에서 논의된 사안이 입법화되고 강력 시행돼야 한다고 판단한다. TF 논의 후 결정된 실행안은 SW 제값 받기부터 인재 양성, 지식재산권 강화 등 SW 생태계 전반을 아우른다. SW 산업계는 TF 실행(안)이 입법화되고 시행되면 SW 산업계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개선안을 담은 SW진흥법 전부 개정안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여러 부처와 협의 중이고, 법제처 심사 중이란 이야기만 들린다.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입법화도 중요하지만 입법 후 실행을 위한 부처별 의지도 중요하다. 과기정통부 1개 부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범 정부 차원에서 부처 간 협업으로 법 통과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법 통과 이후에도 풀어야 할 사안이 많다. 가장 현실적인 사안 하나만이라도 해결하자. 특히 원격지 개발은 반드시 허용해야 한다. 표현도 '개발자상주 금지'로 바꿔야 한다. 개발자상주 금지로 발주를 못한다면 발주를 안 하면 된다.

얼마 전 구글 본사에서 7년째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개발자를 만났다. 구글 본사에 한국인 직원이 400여명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물어 보니 다양한 국가의 개발자 가운데 한국인이 최고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똑똑하고, 성실하고, 재능이 있다는 평이다. 같은 한국인이자 SW 종사자로서 뿌듯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구글도 인정하는 한국 SW 개발자다. 우수 SW 인력이 배출되지만 대부분 한국을 떠난다. 우수한 SW 인력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SW 산업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수한 인력이 한국 SW 산업을 이끌고 후학을 양성하는 선순환 구조가 보이지 않는다.

산업 구조가 바뀐다는 것, 특히 시장 거래 구조와 형태가 바뀐다는 것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뿐만 아니라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이번 SW진흥법 전부 개정안은 공공기관이 우선 열악한 SW 산업 환경을 개선하자는 인식 변화에서 출발했다. SW가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인식에 공공기관과 업계가 뜻을 함께했다.

정부가 'SW 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SW 하기 좋은 나라는 SW로 이윤을 남기고 투자하는 환경이 가능한 곳이다.

그동안 국내 SW 산업은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다. SW진흥법 개정안은 국내 SW 산업이 제대로 평가받고 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해 줄 핵심 법안이다. SW 산업이 제대로 자리 잡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인정받도록 청와대와 정부 주요 부처가 함께 힘을 모아 주길 바란다.

김학훈 날리지큐브 대표 khhkhh@kcub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