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21세기 다이어리 '폴더블 태블릿'

이재석 카페24 대표
이재석 카페24 대표

최근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자유자재로 접고 펼 수 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접목 기술이 화두에 올랐다. 스마트폰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혁신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폴더블 스마트폰이 마지막 승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가 세계 최초 출시라는 간판을 얻는 데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도 이를 방증한다.

아날로그 시대를 떠올려 보자. 당시 사람들이 정보 활동에 사용한 대표 도구는 메모장과 종이 신문이었다. 손바닥만 한 메모장은 휴대성이 뛰어났지만 활용성 제고엔 한계가 있었다. 종이 신문은 다방면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넓은 면적을 훑어야 하기 때문에 불편했다.

인간이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 크기는 중요하다. 정보 인지 과정에서 시선을 처리하는 방식 때문이다. 우리 눈은 일상에서 자유롭게 움직인다.

그러나 신문이나 책을 읽는 등 정보를 받아들이는 상황에서는 대부분 정면을 응시하는 형태로 고정된다. 오른쪽이나 왼쪽 한 곳을 바라보며 글을 읽는 사람은 없다. 글자가 시야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적정한 크기라면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글자 크기가 조금만 커도 불편을 느낀다.

메모장과 종이 신문 간 적정한 경계에 자리 잡으면서 인기를 얻은 제품이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수요가 증가한 '다이어리'다. A4 용지 또는 양 손바닥 정도 크기로 한눈에 볼 수 있어 가시성은 물론 활용성, 휴대성을 겸비했다. 최적화된 활용성에서 오는 편리함은 시장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다이어리는 사람들이 정보를 얻고 활용하는 흐름을 적극 반영하며 각광 받았다. 디지털 시대에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익숙함에서 벗어난 제품들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7인치 크기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대표 실패 사례다.

노트북PC, 태블릿PC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가 나왔지만 다이어리 활용성을 뛰어넘지 못했다. 아직도 다이어리를 애용하는 이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크기, 휴대성, 활용성 등 아직 아날로그 다이어리만큼 편리한 디지털 제품이 없다는 의미다.

앞으로 다가올 폴더블 스마트폰 시대에는 '폴더블 태블릿'이 21세기 다이어리가 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폴더블 태블릿은 스마트폰 휴대성과 태블릿PC 활용성을 모두 갖출 수 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 특성과 용처에 따라 다이어리 크기로 만들 수 있다. 사용자 특성에 따라 가장 최적화된 활용성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이어리는 이미 소비자에게 인정받은 규격이다. 여기에 폴더블 디스플레이라는 최신 기술을 접목한 제품은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 인공지능(AI)을 논하는 시대에 아직까지 아날로그 다이어리를 들고 있는 모습이 오히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펼치면 다이어리보다 조금 크고, 접으면 현재 스마트폰 크기보다 조금 큰 사이즈가 되는 이상형의 디바이스를 사용한다고 상상해 보자. 우리 삶의 질이 한층 높아지지 않을까.

이재석 카페24 대표 jslee@cafe24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