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한다…삼성 유럽 디자인 연구소 가다

펠릭스 헤크 삼성전자 유럽 디자인 연구소장이 오디세이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펠릭스 헤크 삼성전자 유럽 디자인 연구소장이 오디세이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영국 금융의 중심지 런던시티. 금융관련 기관과 기업이 밀집한 이곳에 삼성전자 유럽 디자인 연구소가 자리해 있다.

삼성전자는 유럽 문화와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이를 디자인에 반영하기 위해 2000년 런던에 디자인 연구소를 설립했다. 삼성전자 3번째 해외 디자인 거점으로, 현재 40여명의 디자이너가 근무한다.

여홍구 연구소 부소장은 “현지 문화와 트렌드를 분석해 글로벌한 디자인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 연구소 목표”라면서 “삼성이 런던을 거점으로 택한 이유는 영국만이 가질 수 있는 과거와 현재의 조화로움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럽 디자인 연구소가 삼성전자 다른 해외 디자인 연구소와 차별화되는 점은 IT·가전과는 전혀 다른 건축·가구·인류학 등 다양한 영역 트렌드를 분석해 미래 소비자 요구를 예측하고 이를 전사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소 내에 전문가 5명으로 구성한 '트렌드랩'을 뒀다. 트렌드랩은 인류 미래 생활상을 예측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까밀 해머러 삼성전자 유럽 디자인 연구소 트랜드랩장
까밀 해머러 삼성전자 유럽 디자인 연구소 트랜드랩장

까밀 해머러 트렌드랩장은 “젊은 세대 변화가 2016년 후반 이후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디지털과 탈구체화, 현실과 가상을 자유롭게 오가는 모습이 나타난다”면서 “젊은 세대는 국적·나이·성별 등으로 구분당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밀레니얼 세대는 현실과 가상 사이를 자유롭게 움직이고, 기술을 통해 그들만의 세상과 관계를 만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다양한 인사이트를 반영하기 위해 디자인 외 인문학·경영학·패션 등 폭넓은 전공 분야와 다양한 국적의 문화적 배경을 가진 '융복합 인재'를 대거 채용한다. 외부 전문가와 협업도 활발하다. 실제로 독일 출신 소장, 한국 출신 부소장, 프랑스 출신 파트장 등 연구소 디자이너 국적이 다양하다.

최근 삼성이 선보인 게이밍 PC '오디세이(Odyssey)'는 대표적 연구 성과다. 최근 주목 받는 밀레니얼 세대는 게임의 가상현실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성별·나이·인종·직업 등으로 대변하기 어려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삼성전자는 오디세이에 기존 게이밍 PC와는 전혀 다르게 곡선을 이용하는 등 중성적 느낌을 반영하고 그 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6각형 형태의 헥사 디자인으로 밀레니얼 세대 트렌드를 반영했다.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PC사업팀과 긴밀하게 협력해 디자인적인 도전과 사용자가 원하는 실용적 니즈를 완벽하게 결합시킨 것으로 평가 받으며 올해 iF 어워드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펠릭스 헤크 연구소장은 “오디세이는 기존 남성 위주 게이밍 PC를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꿨다”면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미지에 대한 새로운 여정을 꿈꾸자는 의미에서 오디세이 콘셉트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연구는 세상을 바꾸는 세대와 트렌드가 중심이고 현재 밀레니얼 세대가 현실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런던(영국)=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