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일주일 새 게임 노조 두 곳 출범...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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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주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노조)이 잇달아 출범했다. 넥슨지회는 설립 닷새 만에 800명을 확보했다. 스마일게이트지회에는 설립 발표 3시간이 채 안 돼 100명이 넘게 가입했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는 이와 관련, 노조설립과 활동을 존중한다는 공식 의견을 내놨다. 메이저 게임사 경영진과 노조가 새로운 형태의 상생 모델을 만들어갈지 주목된다.

1992년 대한민국 최초 상업용 PC게임이 출시된 이래 26년간 노조가 없던 게임 산업이었다. 갑작스러운 노조 설립 열풍이 부는 이유는 뭘까.

게임 업계 노조 설립이 연달아 일어난 것은 세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산업·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어 전에 없던 요구가 생긴 점, 당연한 것처럼 여겨왔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다는 점, 노조 설립 방법을 이제서야 알았다는 점이다.

국내 게임 산업은 1996년 '바람의 나라'와 1998년 '리니지'를 토대로 성장했다. 2000년 전후 유입된 인력이 2010년 중반에 들어서자 '40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중심에는 개발자(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등)가 있었다. 게임 개발에 필수적인 창의성과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갈 수 있는 유연함이 40대에도 있을지 고민이었다. 관리직으로 올라가지 못하면 치킨집 창업밖에 방법이 없다고 여겨졌다. 대다수가 40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 두려움이었다.

현실은 달랐다. 퇴물이라고 여겼던 시니어 인력이 회사를 나가 모바일 스타트업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자연스레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견·중소기업에도 40대 개발자가 경력을 이어갔다. 가정을 가진 40대는 과거처럼 운신할 수 없다. '정년'이라는 단어가 게임 산업에도 필요한 시기가 왔다. 고용 안정성 요구가 커졌다.

안정성을 크게 생각지 않던 2030세대 인식이 변했다. 게임 산업은 이직이 자유롭다는 인식이 있었다. 프로젝트별로 운영되므로 기업 내 타 프로젝트로 이동하거나 다른 회사로 이동하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게임사 서열화가 공고해 지면서 현실적인 선택지가 줄었다.

시장 상황도 변했다. 과거에는 성공 시 받는 높은 인센티브를 보고 고용 불안을 참았다. 게임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몇몇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큰 성공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성공해도 공정한 분배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쌓여갔다. 특히 품질보증(QA), 고객지원(CS) 직군 등 지원 조직은 보상을 기대하기도 힘든 비정규직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산업이 성숙하며 고용 안정 필요성이 대두했다. 목소리를 낼 창구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노조는 프로젝트 기반 고용 환경을 타파하고 안정적인 직장으로서 고용을 강조한다.

배수찬 넥슨지회장은 “산업 역사가 점차 쌓이며 구성원·환경이 달라졌다”며 “절이 싫으면 떠나는 중에서 절을 고치는 중이 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이다. 게임사가 모여있는 판교, 구로, 가산 등지에 밤늦게까지 불 꺼지지 않는 사무실을 '등대'라고 부르는 말은 낯설지 않다. 크런치 모드(개발 막바지 기간 야근과 철야를 지속해 일정을 맞추는 행태)가 당연하고 회사에서 숙식하는 것을 훈장으로 여기는 업계다. 불가능할 것 같은 단축일정을 해내면 전설처럼 회자됐다.

최근 사회 분위기가 변했다. 일과 생활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게임 노동자들도 환경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프로젝트별 근무, 전환근무(프로젝트가 엎어지면 팀원이 다른 팀으로 가거나 회사를 떠나는 행태)로 대표되는 고용불안 외에도 크런치 모드에 따른 장기 근무, 포괄임금제로 말미암은 공짜 야근 개선, 실패한 프로젝트에 대한 기여 불인정 등에 불만이 높아졌다.

가장 뜨거운 건 포괄임금제다. 국내 게임 업계는 생명주기가 짧은 모바일 게임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기업은 짧은 시간 내 최대한 많은 게임을 출시하는 전략을 취해야 했다. 노조는 포괄임금제가 악용돼 게임 업계에 야근과 크런치 모드가 일상이 됐다고 주장한다.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면 시간 외 근로수당 부담 때문에 회사가 크런치모드를 상시 활성화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제야 노조 창설 방법을 알았다는 것도 노조 설립이 이뤄진 이유다. 게임사 직원은 노조를 어떻게 설립하는지 몰랐다. 애초에 알 필요가 없었다. 초창기에는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좋아서' 일했다. 회사가 성장한 후에는 제조업 기반 노조 쟁의에 거부감을 느끼는 2030세대가 조직 문화를 만들어갔다. 목소리를 낼 필요성은 인지했지만 단체로 모여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노동가를 부르는 행위는 맞지 않았다. 노동계와 교류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노조 경험은 물론 학생 운동 경험도 없는 젊은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길을 보여준 건 '파리바게뜨' 노조 설립이었다. 기존 제조업과 달리 파리바게뜨는 매장별 파견직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특수한 형태였다. 여성 비율이 더 높았다. 화학섬유식품노조(화섬노조)는 파리바게뜨 노조 설립 과정에서 새로운 직종, 새로운 세대와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

넥슨은 노조설립에 대해 “근로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동조합 설립과 활동에 대해 존중한다”고 밝혔다.

스마일게이트는 “노동조합 설립과 활동을 존중한다”며 “그 동안 구성원들과 적극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고 앞으로도 합법적 노조활동은 물론 비 노조원 의견도 경청해 회사 발전과 구성원 행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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