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없이 '데이터'만으로 신약 후보물질 발굴, 제약 새 패러다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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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테카바이오 연구진이 애디스캔을 이용해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있다.(자료: 신테카바이오)
<신테카바이오 연구진이 애디스캔을 이용해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있다.(자료: 신테카바이오)>

컴퓨터만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시대가 열렸다. 수많은 실험 결과물이 아닌 데이터 분석만으로 후보물질 발굴, 임상시험을 대체하는 새 패러다임이 열렸다. 글로벌 제약사의 발 빠른 움직임과 달리 국내기업은 여전히 제한적 데이터 활용에 머물러 변화가 요구된다.

9일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 네이처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벨뷰컬리지 연구팀은 실험 없이 유전체 분석 등 빅데이터를 이용해 치쿤구니아 바이러스 치료 후보물질을 발견했다. 화학, 생명공학이 아닌 컴퓨터과학 전공자가 프로그램만 이용해 얻은 결과다.

벨뷰컬리지 연구팀은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바이러스성 단백질 서열을 찾는 데 집중했다. 도구로는 단백질 서열 비교와 정렬을 가속화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생물학자는 단백질 도메인 서열을 확인했다.

약 한달 만에 치쿤구니아 바이러스 감염에 관련된 단백질 영역을 분석했다. 연구로 확보한 감염 단백질 영역을 항원으로 하는 치료 후보물질이 탄생했다. 현재 항원을 이용해 백신 임상시험 중이다.

치쿤구니아 바이러스는 열대지역 중심으로 숲모기류를 매개로 감염질환을 유발한다. 급성 발열, 관절통, 두통, 관절 부종, 발진 등 증상이 나타난다.

이번 연구는 전통적 실험실이 아닌 컴퓨터 프로그램만을 이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첨단 신약 개발 환경과 요구사항을 제시하는 대표 사례다.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대표는 “앞으로는 실험용 동물, 주사, 약품 등이 가득한 웻(wet) 실험실이 아닌 데이터 분석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이 실험실 주류로 부상할 것”이라면서 “벨뷰컬리지 사례에서 보듯 신약 개발 열쇠는 수많은 실험과 경험보다 빅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올바이오파마 경기도바이오센터 연구원이 신약 후모물질 실험을 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DB)
<한올바이오파마 경기도바이오센터 연구원이 신약 후모물질 실험을 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DB)>

세계 제약시장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싸움이 한창이다. 긴 시간과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신약개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접목에 사활을 건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설계, 수행, 효능 검증, 부작용 예측까지 전 영역에 활용한다.

글로벌 제약사 얀센은 영국 AI기업 베네볼렌트AI와 임상단계 후보물질 평가, 난치 질환 표적 신약개발에 착수했다. 머크 역시 아톰와이즈 '아톰넷'을 도입해 신약 후보물질 탐색에 활용한다. 화이자, 테바 등도 IBM '왓슨'을 도입해 면역항암제, 호흡기·중추신경계 질환 분석에 쓴다.

국내도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 일부 제약사가 빅데이터와 AI 활용을 위해 병원, 기업 등과 손잡았다. 하지만 세계 추세와 비교해 초기 단계다. 기초인 데이터 수집부터 보관, 관리 등 데이터 체계를 구축한 곳은 한 곳도 없다. 보수적 산업구조 탓에 첨단 기술 도입을 주저한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추세와 비교해 우리나라 제약사는 AI를 모르고, AI기업은 제약을 모르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가진 강력한 ICT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 제약시장에 승부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