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년 창간기획 Ⅱ] <2>격하게 발전 중인 글로벌 AI 의료시장

인공지능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얼굴 없는 의사가 수술실에 들어온다. 그는 심지어 이름도 없다. 하지만 누구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수술을 끝마친다.

'얼굴 없는 의사' 인공지능(AI)은 이미 글로벌 의료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생사를 오고가는 분야에서 정확성과 신속성은 값을 매길 수 없다. AI 의료 시장은 급격하게 커졌다.

◇인간보다 정확하게 진단하는 AI 의사

AI 의사는 아직 개발 초기지만 숙련된 전문의보다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영국 옥스퍼드에 위치한 존 래드클리프 병원 연구원은 심장병 진단에 있어 의사보다 정확한 AI 진단 시스템을 개발했다. 정확도는 최소 80%를 기록했다.

하버드 대학 연구원은 치명적 혈액 감염을 탐지하는 스마트 현미경을 만들었다. AI 시스템은 95% 정확도로 박테리아를 분류했다. 일본 요코하마 쇼아 대학 연구팀은 컴퓨터 보조 내시경 시스템으로 94% 민감성, 79% 특이성, 86% 정확도로 대장암 성장 가능성을 밝혀낼 수 있다고 발표했다.

AI는 짧은 시간 내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는 경쟁력이 있다. 몇 초 차이로 생사가 결정되는 응급환경에서 AI 신속성은 빛을 발한다. 지난해 말 의학저널 JAMA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방사선 전문의보다 딥러닝 알고리즘이 전이성 유방암 진단을 더 정확하게 했다고 밝혀졌다.

대표 AI 의사 '왓슨'도 마찬가지다. IBM 왓슨은 종양세포를 진단하고 치료법을 조언하는데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전문의는 상태를 파악하고 치료법을 제안하는데 160시간이나 소모됐다.

◇중국과 미국 AI 의료시장에 공격적 투자

중국과 미국이 가장 앞장서 의료산업에 AI를 도입한다. 인구에 비해 의사가 턱없이 부족한 중국은 정부 주도로 다양한 AI 기술을 개발 중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의료 등을 포함한 AI를 세계 최정상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까지 각 질병 검출률을 95% 이상, 오진율을 1% 내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쳰잔(前瞻)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18~2023년 중국 AI 산업 시장 비전 및 투자전략기획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중국 의료AI 시장 규모는 96억위안(약 1조5740억원)에 달했다. 오는 연말에는 200억위안(약 3조2792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에서는 많은 기업이 AI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국 얼굴인식기술 기업 이투는 서중국병원과 제휴, 폐암 진단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투는 28만건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데이터베이스를 탑재, 몇 초 내 진단을 내린다.

중국 칭화대와 스타트업 아이플라이테크가 공동 개발한 AI 로봇 '샤오이'는 정식 의사 자격증이 있다. 중국의 정식 의사 시험을 다른 수험생과 같은 시간 안에 풀어 처음으로 합격했다. 지난해 600점 만점에 360점 커트라인인 의사자격시험에서 456점을 받았다. AI는 중국 의료기관에서 의사 진료를 보조하고 있다.

텐센트도 AI 의료 시장에 적극 뛰어들었다. 텐센트는 AI 의학 진단 플랫폼을 발표했다. 이 플랫폼은 컴퓨터 비전과 AI분석을 이용해 가장 흔한 700가지 질병을 진단한다.

텐센트와 홍콩과기대가 개발한 AI 의사 '디바이'도 진료에 쓰인다. 환자가 모바일 메신저 위챗 채팅창에 증상을 입력하면 디바이가 병명을 진단해 환자가 찾아가야 할 진료과를 가르쳐준다.

미국 기업도 적극적으로 AI를 의료 분야에 적용한다. 미국은 의료비 부담이 커 AI 도입이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높다. IBM이 AI 왓슨을 세계 1만3000여개 병원과 협업 중이다. 구글도 AI를 기반으로 한 당뇨성 망막증 조기진단 SW 등을 개발 중이다.

◇급하게 도입하는 것은 금물

엑센추어 컨설팅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4년 AI의료시장 규모는 6억달러(약 6741억원)였으나 2021년에는 66억달러(7조 4151억 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여러 국가와 기업이 공격적 투자를 하고 있지만, 무조건적 도입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퓨처리즘은 AI를 서둘러 의학산업에 통합해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다. 아직까지 AI 알고리즘에 인간 편견이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진단을 내리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퓨처리즘은 “AI에 적용되는 데이터는 주로 누가 어디서 연구를 수행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아직 백인 남성이 여전히 임상 및 학술 연구 분야를 주도하고 있으며, 임상 실험에 참여하는 환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짐 알칼릴리 영국과학협회 회장은 “AI 투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윤리, 도덕, 투명성 등 규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향후 대중의 반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AI가 성공하기 위해 투명성과 윤리를 중심에 두고,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