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는 타율? 고정관념 깬 삼성 러프-KT 로하스

타자는 타율? 고정관념 깬 삼성 러프-KT 로하스

야구가 성장하며 선수를 평가하는 기록도 발전했다. '투승타타(투수는 승리, 타자는 타율로 평가)'로만 바라보는 시대는 지났다. 최근 들어 각광 받는 지표 대부분 팀 승리에 선수가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중점을 둔다.

'웰뱅 톱랭킹'은 승리 기여도(WPA, Win Probability Added)와 상황 중요도(LI, Leverage Index)를 통해 객관적인 실력을 평가하는 신개념 야구 평가시스템으로, 같은 안타나 삼진이라도 상황 중요도가 높은 플레이를 더 가치 있게 평가한다. 타격 또는 투구 결과가 팀 승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전적인 지표로는 확인할 수 없는 선수의 가치까지 매길 수 있다.

타율로만 평가한다면 다린 러프(삼성)와 멜 로하스 주니어(KT)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9일 현재 러프는 0.333로 규정타석을 채운 62명 가운데 15위, 로하스는 28위(0.313)에 위치해있다. 0.350을 넘긴 리그 타자가 네 명이나 되는 올 시즌 두 선수가 다소 아쉬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세부 지표는 가치를 정확하게 말해준다.

두 선수의 웰뱅 톱랭킹 점수는 리그 최고 수준이다. 로하스는 1515점을 쌓아 타자 부문 3위에 올라있다. 기본점수 3위(1167.7점), 승리기여도 점수 4위(347.3점)을 더한 결과다. 승리 기여도는 팀 승리확률을 변화시킨 값을 말한다. 러프는 기본점수 7위(1071.2점), 승리 기여도 점수 3위(375.7점), 웰뱅 톱랭킹 점수 6위(1446.9점)에 랭크됐다.

눈에 띄는 점은 6월까지만 하더라도 로하스의 웰뱅 톱랭킹 점수 순위는 타자 부문 17위(700.2점)에 불과했다는 것. 19홈런을 기록했으나 0.278의 낮은 타율에 승리 기여도 점수 순위도 34위에 그쳤다. 즉, 홈런만 많았을 뿐 팀 승리에는 이렇다 할 보탬이 못 됐다는 뜻. 6월까지 경기당 평균 웰뱅 톱랭킹 점수는 8.9점, 승리 기여도 점수는 1.1점으로 낮은 축에 속했다.

그러나 7월 들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4할에 육박하는 타율 0.388와 16홈런에 해결사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40경기에서 웰뱅 톱랭킹 점수 총 814.8점(경기당 평균 20.4점)을 쌓아 리그 타자 가운데 가장 높고, 6월까지 타율 0.280에 불과했던 상황 중요도 2 이상 순간에선 7월 이후 0.714를 나타냈다. 일반적인 상황이나 중요한 순간 모두 이전과는 다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18일 한화전은 로하스가 가장 빛났던 경기. 앞서 3안타를 기록한 로하스는 2-2로 팽팽한 연장 12회, 끝내기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이 한 방으로 팀 승리확률은 65%에서 100%까지 상승했고, 로하스는 이날 기본점수 44점에 승리 기여도 점수 52.4점을 더해 웰뱅 톱랭킹 96.4점을 추가했다.

타자는 타율? 고정관념 깬 삼성 러프-KT 로하스

최근 부상으로 빠져있는 러프는 7월을 제외하면 시즌 내내 꾸준히 활약이다. 0.289의 나쁘지 않은 타율을 기록한 7월, 그러나 웰뱅 톱랭킹 점수는 52.4점으로 타자 부문 78위에 그쳤다. 팀 승리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 탓이 크다. 월간 승리 기여도 점수는 -68.7점, 타자 186위였다.

그럼에도 올 시즌 웰뱅 톱랭킹 점수에서 최상위권에 올라있는 데에는 6월, 8월의 활약이 컸다. 월간 점수 순위를 살펴보면, 3-4월 10위(362.4점), 5월 11위(294.2점)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다 6월과 8월엔 각각 2위를 마크했다(6월 445.4점, 8월 292.5점). 특히 8월 13경기에서는 홈런은 두 개뿐이었지만, 타율 0.408, 15타점으로 타점을 쓸어 담았다.

올 시즌 러프의 타격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순간은 지난달 14일 넥센전. 팀이 8-9로 뒤진 8회 2사 2루에서 결정적인 역전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 홈런으로 팀 승리확률은 28.4%에서 82.5%까지 상승했다(승리 기여도 점수 54.1점). 비록 팀은 불펜이 무너지며 패했지만, 러프는 홈런 포함 3안타, 6타점을 챙겼다.

로하스와 러프는 소속팀이 하위권에 뒤처져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KT와 삼성 모두 순위를 끌어올려야 한다. 두 선수가 잔여 경기에서 팀 승리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웰뱅 톱랭킹'의 타자별, 투수별 랭킹 차트 및 선수별 점수 현황은 홈페이지는 물론 KBS N SPORTS 2018 KBO 리그 중계와 ‘아이 러브 베이스볼’을 통해서도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웰뱅 톱랭킹’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조항준 기자 (jh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