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년 창간기획 Ⅱ]<3>간편결제-간편결제로 바뀌는 인간 중심 소비 문화

간편결제 시장이 개화했지만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은 플레이어만 난립할 뿐 시장 지배력 있는 사업자는 없다. 제살 깎아먹기식 내수 경쟁만 하고 있어 지배력 강화가 당면과제로 부상했다. 강력한 통합 플랫폼이 구축된 중국과 미국, 일본에 비교된다.

현재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기존 카드 결제가 보유한 5% 남짓 시장을 놓고 30여개 결제 플랫폼이 경쟁한다.

수요는 급증했지만 통합 플랫폼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수년 내 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 결제 플랫폼 정도만 생존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하루 평균 국내 간편결제 거래액은 1000억원을 상회한다. 그러나 미국 페이팔·애플과 중국 알리페이·위쳇페이처럼 실사용자, 시장점유율 30% 이상을 가져간 사업자는 없다.

세계 간편 결제 시장이 근거리무선통신(NFC)과 QR로 양분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인프라 투자 부족과 통합 결제 플랫폼 부재로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밀레니엄 세대마저 쏟아지는 간편결제 서비스에 피로감만 누적되는 상황이다. 소비자 상당수가 처음 출시된 서비스를 호기심 차원에서만 이용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신용카드 거래액 대비 간편결제 비중은 약 3%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오프라인 신용카드 결제 규모만 약 700조원에 이르지만 누적거래액 10조원을 넘긴 곳은 삼성페이가 유일하다.

반면 페이팔은 미국 결제 시장 51%를 넘어섰다. 애플페이는 약 11%로, 이들 두 공룡 기업이 NFC 플랫폼 진영을 형성하면서 시장을 장악했다. 여기에 비자·마스터 카드를 끌어들이면서 사실상 간편결제 통합 세력을 구축했다.

중국은 QR코드를 바탕으로 알리페이와 위쳇페이가 시장을 양분했다. 알리페이는 중국 시장 54%, 위쳇페이는 39%를 각각 점유했다. QR라는 통합 플랫폼을 형성했지만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대 디지털 허브로 떠오른 인도도 페이티엠 플랫폼이 시장을 평정했다. 인도 국민 약 13억명 가운데 1억5000만명이 페이티엠을 이용하고 있다. 정부도 페이티엠을 통해 지하경제 양성화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힘을 싣고 있다. 핀테크 언더뱅크로 떠오른 케냐도 엠페사를 통해 시장점유율 80%를 확보했다. 페이팔과 제휴, 인근 아프리카 국가에 진출했다.

기존 카드 전유물로 여겨져온 지급결제 시장은 큰 변혁을 맞았다. 하지만 한국은 뒷심 부족으로 오히려 각종 페이가 난립하고, 표준화된 통합 기술 부재로 소비자가 간편결제를 외면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4대 진영으로 꼽히는 삼성, 카카오, 네이버 등 간편 결제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핀테크산업협회 관계자는 “상호 연동될 수 있는 플랫폼(규격) 통합과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같은 혁신 기술을 탑재한 모바일결제 플랫폼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