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적층제조 기술 잠재력 무궁무진...국내 빠른 도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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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용 GE애디티브 이사
<정일용 GE애디티브 이사>

적층제조 기술에 쏠린 관심이 뜨겁다. 매년 제너럴일렉트릭(GE)이 세계 주요 기업 임원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GE 글로벌혁신지표' 보고서에서 기업 임원 가운데 91%는 적층 제조가 창의성을 증가시킬 것으로 봤다. 89%는 제품을 더 빨리 출시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답변했다. 제품 가격 인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답변과 기업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답변도 각각 83%, 81%에 달했다.

실제 미국·유럽 등에서는 적층제조 기술을 제품 제조에 적극 도입한다. 위성용 안테나를 개발하는 미국 옵티시스는 금속 적층제조를 통해 게임 방식을 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부품 100개를 조립해 만들던 위성용 안테나를 적층제조로 한 번에 프린팅한다. 무게는 기존 제품 20분의 1 수준이다. 생산 기간도 기존 11개월에서 불과 2개월로 줄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효율을 달성한 복합화력발전소로 기네스 신기록을 세운 프랑스 부섕 발전소의 숨겨진 주인공도 적층제조 기술을 적용한 가스터빈이다. 부섕 발전소에 들어간 가스터빈은 금속 3D프린팅 기법으로 연소 시스템 부품을 새롭게 디자인, 제작했다. 새 기하학 형상이 적용된 연소 시스템은 연료와 공기를 더 잘 혼합해서 효율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새 부품은 적층제조가 아니면 제작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적층제조 기술은 공급망 구조도 대폭 바꾼다. 적층제조 기술을 사용하면 여러 개의 부품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두세 개 부품을 하나로 만들 수 있고, 수백개 부품을 하나로 만들기도 한다. 공급망 관리 간소화는 제조 과정 불확실성을 줄여 준다. 예전에는 이러한 부품 가운데 하나라도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제품 제작이 어려워진다.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공급망 관리를 위한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간소화할 수 있다. 수리 부품도 필요할 때 3D프린팅으로 출력하면 되기 때문에 사후서비스(AS)나 재고 관리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안타깝게도 국내 사정은 사뭇 다르다. 국내 적층제조는 프로토타입 모형을 만드는데 집중됐다. 금속 적층제조는 아직 양산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 GE 글로벌혁신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 임원은 전반에 걸친 혁신 필요성과 중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주요 신기술에 대한 전략 차원 인식과 이해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적층제조에서 3D프린팅 기술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답변한 한국 임원은 19%로 글로벌 41%에 크게 못 미쳤다. 3D프린팅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답변은 68%지만 실질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답변은 29%로, 여전히 적층제조 기술 대응이 부족하다. 3D프린팅 기술이 아직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도 68%였다. 이는 세계 53%보다 높았다.

적층제조의 성과는 달콤하지만 그 과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처음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위해 제품 설계를 바꾸고, 시제품을 만들어서 성능을 평가한 후 품질 계획에 따라 양산을 시작하는 것은 수십 개월이 걸리는 긴 여정이다. 다시 말해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적층제조 도입 경험이 있는 전문가 참여와 제조 기업 간 적층제조 성공 사례 공유도 중요하다.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 중소·중견 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 역시 이러한 경험을 공유한다면 더 빠른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적층제조는 제조업을 혁신시키는 도구이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세계 제조업 시장 규모는 약 12조4000억달러에 이른다. 적층제조 도입·활용이 성공한다면 부가 가치는 더 클 것이다. 적층제조를 제조 현장에 빠르게 적용해야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정일용 GE애디티브 이사 Ilyong.Jung@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