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년 창간기획Ⅲ]액션플랜1<2>성공하는 기업엔 성공 문화가 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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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업이 성공하는 건 불가능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하는 기업만 성공한다. 호텔을 소유하지 않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힐튼, 메리어트보다 시가총액이 앞서는 시대다.

40년 이상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한 하워드 스티븐슨 명예교수는 “효과적인 문화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문화는 전략마저 능가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기업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유교문화에서 기인한 위계질서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CEB가 유교문화권에 있는 아시아 기업이 혁신을 촉진하지 못한다며 상사 앞에서 제대로 발언하지 못하는 관행을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에 해외에서는 수직적 문화보다 수평적 문화를 갖고 있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많다. 조직보다 개인을 우선시한다. 직원은 자유를 보장받지만 성과에 따른 책임을 진다. 문화적 배경 차이가 있어 무조건 옳다고 볼 수 없지만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한다면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자유로운 근퇴...성과자에 최고 대우

넷플릭스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넷플릭스는 정시 출근 규정도, 휴가 정책도 없다. 마음 먹으면 언제든 쉴 수 있다. 상급자가 먼저 긴 휴가를 쓰는 모범까지 보인다. 회사는 직원의 업무 시간에 집착하지 않는다. 다만 성과에 집중한다. 뻔한 얘기보다 멋진 아이디어 하나를 귀하게 여긴다.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많은 퇴직금을 줘서라도 내보낸다. 업무 공백을 우려해 사람을 잡지 않는다. 능력 있는 직원이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데 더 의미를 둔다. 반면, 필요한 사람에게는 동종 업계 최고 대우로 보상한다. 회사 경영 상황을 이유로 대우를 낮추지 않는다. 고액 연봉을 가장 효율적 복지로 여기기 때문이다.

◇동료 평가로 금전적 보상...칭찬하기 문화

동료 평가로 직원에 보너스를 지급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캐나다 e-커머스 회사 쇼피파이는 '유니콘'이라는 사내 플랫폼을 운영한다. 직원은 서로 유니콘을 주고받을 수 있다. 회사는 매달 유니콘 숫자를 기반으로 직원별 보너스를 결정해 지급한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평가하는 기업문화와 다르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의 평가이기에 신뢰도가 높다. 금전적 보상이 동반하기에 동기부여도 할 수 있다. 직원이 동료와 적극 협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회사 '미디엄(Medium)'도 유사한 제도를 운용한다. 업무 성과가 탁월한 직원에 온라인으로 하이파이브(High five)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결과는 회사 모든 직원에게 알려진다. 직원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한명의 상사로부터 인정을 받는 게 아니라 회사 전체로부터다.

◇조직 위계질서 파괴...실무자가 의사결정

조직 위계질서를 완전히 파괴한 기업도 있다. 대표 기업은 미국 온라인 의류업체 '자포스'다. 이 회사는 홀라크라시(Holacracy) 제도를 갖고 있다. 직급이 없어 관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직원이 동등한 위치에서 같은 책임을 지고 일한다.

자포스는 또 교육을 마친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퇴사권유 제도가 있다. 자포스에 남지 않겠다고 한다면 2000달러를 일괄 지급한다. 자포스는 단순히 돈을 벌려는 신입사원을 기피한다. 자포스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려는 신입사원을 원한다. 퇴사권유 제도는 옥석을 가려내기 위한 장치다. 퇴사 가능성이 높은 직원을 안고 가는 것이 더 손해라는 판단이다.

실무 담당자에게 경영진보다 큰 권한을 주는 기업도 있다.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을 개발한 핀란드 게임회사 '슈퍼셀'이다. 경영진과 팀 리더가 있지만 최종적 결정은 개발자가 한다. 상사 의견에 휘둘리지 않는 구조다. 언뜻 보면 개발자 우선 정책 같아 보이지만, 개발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게임을 개발하도록 고안한 방식이다.

◇“사장님 틀렸어요”...이스라엘 '후츠파' 정신

세계적 스타트업 강국으로 꼽히는 이스라엘에는 '후츠파' 정신에 기반한 기업문화가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며, 나이와 계급을 떠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문화다. 타당한 주장을 했다면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겁내지도, 받지도 않는다. 사장이 공개회의에서 제시한 의견을 말단 직원이 지적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후츠파 정신의 7가지 요소는 형식타파(Informality), 질문의 권리(Questioning), 섞임(Mashing up), 위험감수(Risk taking), 목표지향(Mission Orientation), 끈질김(Tenacity), 실패로부터의 교훈(Learning from failure)이다.

후츠파 정신에 기반한 기업문화는 성공한 스타트업, 유능한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는다.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석유를 위해 중동에 간다면 이스라엘을 빠뜨려도 좋다. 하지만 두뇌가 필요하다면 이스라엘 외의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