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년 창간기획Ⅲ]액션플랜1<2>관료적 문화로 암흑기 겪은 노키아

[36주년 창간기획Ⅲ]액션플랜1<2>관료적 문화로 암흑기 겪은 노키아

노키아는 과거 휴대폰 시장 1위 사업자였다. 역대 가장 많이 팔린 휴대폰 기록도 노키아가 갖고 있다. '노키아 1100'는 2003년 출시돼 6년간 2억5000만대가 팔려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암흑기도 겪었다. 노키아 휴대폰 사업은 2007년을 정점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애플을 비롯한 경쟁사에 시장을 잠식당했다. 스마트폰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근본적 원인은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와 관료주의적 문화다.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 도래를 일찍 감지했다. 애플 아이폰보다 빠른 1996년 이메일 발송과 검색 기능을 지원하는 '노키아 9000 커뮤니케이터'를 공개했다. 2003년 터치스크린 스마트폰을 개발했지만 제조원가 부담 등을 이유로 백지화, 시장에 내놓지 않았다. 경영진이 휴대폰 시장 세계 1위 명성에 심취하면서 관료적 성향을 보인 결과다.

노키아 기업문화의 장점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력이었다. 1992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던 요르마 올릴라 노키아 명예 회장이 주력 사업을 휴대폰으로 낙점하고 사업 구조조정과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프로세스를 확립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장점을 잃어갔다. '대기업병'에 걸린 셈이다.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은 “2008년 노키아와 처음 협력하면서 놀랐던 점은 노키아가 다른 제조사에 비해 전략 수립에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이라며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면 6~9개월을 들여 기회를 평가했다. 그때쯤이면 이미 기회가 지나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시장이 변화하는 속도는 빠르다. 적절한 시기에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복잡한 수직적 기업문화는 추진력을 갖추지 못하도록 하는 장애요인일 수 있다.

김범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조직 활력과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스피드가 떨어지면 쇠락의 길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노키아는 현재 통신장비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에릭슨, 화웨이에 이은 세계 3위 사업자다. 노키아를 이끌고 있는 사람은 라지브 수리 CEO다. 그는 CEO로 취임하던 해 전 직원에 메일을 보내 “우리가 다뤄야 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문화”라면서 “강력한 실행력을 토대로 하고, 각 사업 내 문화에 대해서는 다른 접근을 해야 하며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