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美 시장에서 디젤 라인업 빼고 PHEV 대체 투입

BMW가 미국 시장에서 디젤 라인업을 완전 철수하고 친환경차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유럽 등에서 발생한 연쇄 화재와 대규모 리콜 사태로 디젤 비중이 낮은 미국에서 선제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BMW코리아는 국내 시장 디젤차 철수를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BMW 신형 X5 PHEV 모델 xDrive 45e (제공=BMW)
BMW 신형 X5 PHEV 모델 xDrive 45e (제공=BMW)

16일 업계에 따르면 BMW는 내년부터 미국 시장 판매용 차량 가운데 디젤 라인업을 모두 제외할 계획이다. 그 자리에는 가솔린 모델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전기차(EV) 등 다양한 친환경 모델로 대체할 예정이다.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경쟁 프리미엄 브랜드는 디젤 모델을 전부 철수했다. BMW만 여전히 미국 시장에서 328d, 540d xDrive, X5 35d 등 세 가지 모델만 판매하고 있다. 특히 540d는 최고출력 265마력 6기통 3.0 디젤엔진을 장착하고 동급 가솔린 모델과 경쟁하기 위해 올해 미국 시장에 출시됐다.

BMW는 북미 시장에 신형 X5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디젤 모델 전체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신형 X5는 xDrive 40i, xDrive 50i 두 가지 가솔린 모델을 우선 출시한다. 2020년에는 X5 PHEV 모델인 xDrive 45e를 출시, 디젤 공백을 메운다. 신형 3시리즈 역시 디젤 모델 없이 출시돼 328d를 대체하고, 540d는 출시 1년 만에 단종된다.

BMW 관계자는 “PHEV 기술이 발전하면서 신형 X5 xDrive 45e는 389마력을 내는 3.0 터보차저 엔진과 110마력 전기모터를 결합해 디젤 SUV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낸다”면서 “소비자 선호도에 따라 X5 디젤 모델 출시 여부가 갈라지겠지만 미국에 출시할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고 밝혔다.

서울 회현동에 위치한 BMW코리아 본사
서울 회현동에 위치한 BMW코리아 본사

전문가들은 BMW가 국내, 유럽 등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과 대량 리콜로 인해 디젤 라인업 축소를 위해 미국 시장에서 먼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분석했다. 친환경차 비중을 늘리면서 PHEV, EV 시장 주도권 싸움에도 가세하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 지난해 미국 시장 디젤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PHEV·EV 시장은 약 26% 성장했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BMW가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디젤 라인업을 뺀 것은 국내 화재 사태 영향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면서 “비록 미국은 디젤 판매량이 적지만 상징성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로도 디젤 라인업 철수를 확대할 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BMW코리아는 국내 시장에서 디젤 라인업 철수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다. 국내 판매 차량 가운데 디젤 모델 비중이 가솔린 모델보다 많고, 판매량도 디젤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SUV 라인업의 경우 대부분 디젤 모델만 팔리고 있다.

BMW코리아는 “미국 디젤 철수는 한국과 무관하게 미국 시장만을 위해 결정됐다”면서 “국내 디젤 차량 철수 여부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