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기고]북한 인터넷 개방과 방북

[평양정상회담][기고]북한 인터넷 개방과 방북

북한은 인터넷이 개방되지 않은, 지구상 2개 국가 가운데 하나라는 '통설'이 있다. 이는 인터넷 개방이 체제를 무너뜨릴 우려라는 편견 때문이다.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통설로 자리 잡아 미신이 된 지 오래다. 과연 그럴까. 지난달 한국, 중국, 북한 해외동포 학자들이 10여년 만에 중국 옌지에서 만났다.

(전자신문 8월 28일자 1면)

북한 대표단장으로 참석한 국장급 여성 대표는 젊은 지도자(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인터넷 개방 의지를 말하고, 아울러 '붉은별' 운용체계(OS) 4.0 판본(버전) 출시와 전용 연구소가 설치돼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북한은 2001년부터 리눅스 판본 개방 OS 붉은별을 개발했다. 우리는 리눅스 판본 '하모니카'(harmoni-KR)를 개발해 공유했다. 중국은 '우분투 기린' 판본을 개발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과도한 시장 편중을 시정하려 노력했다.

북한에서 약간 앞서고 있지만 도토리 키 재기 격이다. 셋 다 합해도 MS에 대항하기란 역부족으로, 각개 약진에만 열중했다.

그런데 최근 농협이 해킹을 당했다. 국방부도 해킹을 당했다. 그때마다 '북의 소행 추정 운운'하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북한은 사이버 공격에서 세계 2위 수준이다. 방어력에선 다소 취약해 7~9위 수준으로 평가된다.

우리의 해킹 대책은 윈도XP 경사에 허술한 보안 대책이 전부다. 사이버 전쟁에서 도덕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와 순의 한판 승부만이 존재하는 냉엄한 판국에서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너무나 순진한 수준이다.

2002년 북한 노동당 정보위원회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인터넷 국제 개방을 건의했다. 인민에게 유익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덧붙였다 한다.

그러나 당시의 열악한 보안 수준으로 국제 개방은 시기상조였다. 보안 기술은 어디에서나 전략 품목이기 때문에 도입에 의존할 수도 없었다. 2007년 보안 개발이 어느 정도 완성되자 국제 표준기구를 통한 대외 개방에 노력했다. 남북 전문가 사이에 공동 대응 노력이 있었다. 이번에 미국 재외동포 학자에 의해 확인됐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이 주도하는 국제 부호 틀(유니코드) 체계에 밀려 더 이상 진전할 수가 없었다. 남한에서도 한컴 오피스가 우수하지만 MS 오피스의 완성형 부호 틀에 밀려 30년 동안 내수용으로 전락한 것과 일맥상통한 양상이었다.

다시 말하면 북한에서 인터넷 개방은 체제 붕괴 우려 때문이 아니라 다국적 기업의 높은 장벽에 걸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촉발됐다고 봐야 한다.

2007년 남북 양국 정상은 10·4 공동선언을 발표하면서 인터넷 개방에 의견을 교환하고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공동 노력은 부족하고, 지역 식별자(로케일)를 통합해서 중간지대를 만들자는 의견도 빛을 보지 못했다. 북한에서 KP를 쓰고 남한에서는 KR를 쓰는데 KO로 설정해서 상호간 치환과 변통을 시도하자는 안이었다. 10년 만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번 중국 모임에서 이를 재확인하고 재추진해 보자는 데에도 의견 일치를 봤다.

실현된다면 중립이 아닌 중간지대 시대의 신시(神市)가 본격 열릴 것으로 전망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철도 개통에만 27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분명히 말해서 이는 '거꾸로 발상'이다. 지능정보화 시대의 남북 간 교류는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정상 국가로 진입한다면 최우선 지원 과제는 인터넷 개방과 거대 우편통신 융합 산업의 창출이다. 철도를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뤄야 한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 들어와 이에 대한 논의는 어디에도 없다. 산업화, 민주화의 대결에 주력하다 보니 정보화의 가치를 잊은 모양이다. 지능 정보화 시대의 통합은 정보화가 최우선 가치로 작용해야 한다.

여기에 흡수 통일과 적화 통일을 포용하고 국정과 남북 교류에서 정보화 정책이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이 기대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진용옥 경희대 명예교수 p3soolbo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