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혐의 톱텍, 정당한 수출 vs 영업비밀 누설...쟁점은?

기술유출 혐의 톱텍, 정당한 수출 vs 영업비밀 누설...쟁점은?

검찰이 톱텍을 산업기술 유출과 삼성디스플레이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수사하면서 실제 기술 유출과 영업비밀을 침해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기술 난도가 높은 핵심 후공정으로 꼽히는 3D 라미네이션 기술을 유출했는지 여부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톱텍의 검찰수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 14일 주가가 28.29% 하락했다. 이후 이재환 톱텍 회장이 직접 주주에게 '업무 과정 중 발생한 오해'라고 해명하면서 주가는 다시 회복 흐름을 보였다.

원칙상 모든 디스플레이 장비는 수출에 문제가 없다. 국가핵심기술은 주로 패널 제조사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 고유의 3D 라미네이션 기술 장비를 사전 논의없이 해외 경쟁사에 판매했다는 점이 논란을 낳고 있다. 국가핵심기술은 아니지만 주요한 산업기술을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유다.

3D 라미네이션은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의 차별화 포인트인 '에지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데 필수 기술이다. OLED 패널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필름을 규격에 맞게 잘라낸 뒤 라미네이션 공정을 이용해 부착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처음 패널 세로 부분 한 쪽만 구부러진 패널을 선보였으나 최신 갤럭시S9은 4개면이 모두 구부러진 쿼드 에지 디스플레이다. 가로와 세로 부분의 구부러진 정도가 다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듀얼 에지 디스플레이를 처음 시도했을 때 초기 수율을 확보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4개면이 모두 구부러진 쿼드 에지 디스플레이를 개발할 때도 라미네이션 공정에서 필름을 부착할 때 각 모서리 부분에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문제가 생겨서 이를 해결하는데 애를 먹었다. 3D 라미네이션 공정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듀얼 에지나 쿼드 에지 디스플레이를 상용화하기 힘들다.

톱텍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에지 패널을 처음 개발·양산할 때부터 참여한 핵심 협력사다. 디스플레이용 물류·자동화 설비를 주로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했으나 라미네이션 장비를 함께 개발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A3 생산라인에 본격 투자하면서 톱텍 실적은 2015년 2305억원에서 2016년 3927억원, 2017년 1조1384억원으로 단숨에 뛰었다.

일각에서는 톱텍이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한 것과 동일한 스펙 장비를 제안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톱텍이 2016년과 2017년 삼성디스플레이에 장비를 납품했고 곧이어 차이나스타에도 공급했기 때문이다.

톱텍은 이번에 중국 BOE와 납품을 논의하기 전 중국 차이나스타(CSOT)에 먼저 장비를 공급했다. 당시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사전 영업 기간이 짧았고 다른 장비기업이 요구 성능을 바탕으로 먼저 제품 공급을 준비했던 점 등을 감안하면 큰 스펙 변경없이 제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추측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비교적 최근 이 문제를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함께 개발한 제품인 만큼 해외 경쟁사에 장비를 납품하기 전에 충분한 사전 논의가 필요한데 이 과정이 생략됐을 수도 있다.

톱텍은 내달 열리는 '디스플레이의 날' 기념식에서 최고상인 동탑산업훈장 수상 기업으로 내정됐으나 향후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산업기술유출 혐의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012년 AP시스템이 기술유출 수사를 받았다가 최종 무혐의 처분받은 사례와 유사할 수 있다고도 진단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신 기술 장비는 초기 함께 개발한 패널사에 종속돼 보통 3년 안팎으로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없다는 계약조항을 지켜야 한다”며 “최신 기술을 원하는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과의 사업 관계, 장비기업 성장 등을 모두 고려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