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4만달러 시대, 혁신 성장으로 만들자

세상을 지배하는 절대반지는 대포에서 자본으로, 이제는 기술로 바뀌고 있다. 기술 혁신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는 '혁신 성장'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우리 경제 정책도 혁신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혁신 성장'이 중심이 됐다. 혁신에는 기술 혁신, 조직 혁신, 경영 혁신 등 다양한 혁신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기술 혁신이다. 정부도 기술 혁신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동계올림픽을 역대 최고 하이테크 올림픽으로 만들었다. 우리 가슴에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하늘에 펼쳐진 오륜기 감동이 아직 생생하다. 밤하늘을 수놓던 불빛이 통신,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이 융합된 드론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강낙규 기술보증기금 전무이사
강낙규 기술보증기금 전무이사

지난해 대학 총장들과 중국 선전을 방문해 중국 창업 환경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중국 선전시의 창업 환경은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도전하는 젊은 엘리트가 성공 창업을 위해 모여들도록 조성됐고, 생각한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 주는 하드웨어(HW)·액셀러레이터·아이디어를 듣고 즉석에서 투자를 결정하는 '3W카페' 등 많은 성공 요소를 지녔다.

2006년에 홍콩과기대 대학원생이던 프랭크 왕이 만든 스타트업 'DJI'는 창업 당시 종업원 수 20여명의 드론 제조회사였다. 선전시의 창업 환경은 10년이 안 되는 기간에 DJI를 종업원 수 6000여명에 이르고 드론 분야 매출액 28억달러(약 30조원), 세계시장 점유율 70%,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이로움을 가능하게 했다. 이처럼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2006년 2만달러 시대 진입 이후 12년 만인 2018년에 드디어 3만달러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저술한 '축적의 시간'에서 지적한 대로 이제 1단계 로켓인 '실행 역량'을 기반으로 한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로는 선진국과 경쟁할 수 없다. 4만달러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2단계 로켓인 '개념 설계 능력'의 점화를 통해 선도자(퍼스트 무버)로의 새로운 변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4.2%로 세계 1위다. 2단계 로켓을 점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갖췄다. 그러나 대학과 연구실에서 개발된 많은 기술이 사업화를 통한 2단계 로켓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엘리트 과학도가 혁신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치고 사업으로 도전할 수 있는 창업 환경이 조성된다면 우리도 중국 선전, 미국 실리콘밸리가 부럽지 않은 창업자 천국이 되고 기술 창업이 혁신 성장을 성공리에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보증기금은 지난해 57개 대학, 14개 연구소와 '테크밸리협약'을 맺었다. 대학과 연구실에서 개발한 기술이 사업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했다. 교수와 연구원이 창업할 경우 30억원의 자금 지원과 연대보증 전면 면제, 기업당 전문 컨설턴트를 제공한다. 기술특례 상장으로 이른 시일 안에 IPO를 지원한다. 혁신 기술을 보유한 우수 인재가 실패와 자금 부족에 대한 고민 없이 도전하고 모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 결과 지난 1년 동안 교수 85명과 연구원 3명, 출연연구소 연구원 6명이 창업했다. 전기차, 바이오, 가상현실(VR), 소재, 5세대(5G) 이동통신, 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이 이뤄졌다. 기술 하나하나가 2단계 로켓을 점화시킬 수 있을 만한 개념 설계 잠재력을 갖췄다. 이러한 지원이 지속해서 강화될 수 있다면 앞으로 10년 후에는 개념 설계 역량을 갖춘 혁신 기술이 3000여개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의 절망은 개인 아픔으로 끝나지만 청년 세대 전체의 절망은 공동체 위기를 초래한다. 바로 이 시점이 희망을 노래할 순간이다.

“나는 맥주 대신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 취하겠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사고를 통해 상대성이론을 창안했으며, 남들이 보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관을 열었다. 교수, 연구원이 학교와 연구소뿐만 아니라 글로벌 정글 시장에서 새로운 새벽을 맞이할 때 제2의 벤처 신화가 쓰인다. 대한민국은 위대한 4만달러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늦었지만 중국 선전시의 창업 환경이 우리 대학과 연구실에서도 구현되길 기대해 본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혁신 성장으로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만들자.

강낙규 기술보증기금 전무이사 9084@kib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