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년 창간기획]<특별인터뷰>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 "IT로 사람을 잇는 '커뮤니티매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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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간 오전 11시, 미국시간 오후 9시가 넘어 컴퓨터 영상 채팅창에서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와 마주했다. 임 대표는 미국 테네시주 내시빌에 거주한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일주일간 한국을 찾는다. 지난주 방한 후 미국으로 돌아간 지 며칠 지났지만 시차적응은 여전히 힘들다. 피곤한 얼굴로 영상 채팅을 시작한 임 센터장은 엄지손가락을 먼저 보여줬다.

“길에 이 엄지손가락 마디 길이만큼 문턱이 있으면 휠체어가 올라가기 힘들어요. 우리 동네, 학교 주변에 휠체어가 자유롭게 다닐만한 길이 어디일까요? 커뮤니티매핑은 자원봉사자나 주민이 지역 곳곳을 돌면서 휠체어가 다니기 어려운 곳을 찾아내 사진을 찍고 위치를 사이트에 올려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모든 정보를 취합, 지역 장애인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던 임 대표는 커뮤니티매핑센터를 소개하며 표정이 밝아졌다. 새벽까지 이어진 영상 인터뷰 내내 커뮤니티매핑이 가져올 앞으로 변화를 소개하며 들떠있었다.

◇IT·데이터 개방이 가져다준 신세계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

커뮤니티매핑, 한국어로 '공동체 지도 만들기'는 30년 전 시작됐다.

도시계획 전문가 임 대표는 1990년대 초 주민참여형 지리정보시스템(PPGIS) 연구를 시작했다. 지리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주민 지역 행정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젝트였다.

'환경'부터 시작했다. 강과 수자원 보호 단체와 참여형 지리정보시스템을 만들었다. 주민이 강과 바다 등 환경 정보와 문제점 등을 지도에 표시했다. 임 대표가 만든 'IM(Interactive Maps)' 온라인 플랫폼에 내용을 공유했다. 당시 작은 기관이나 그룹이 지리정보를 이용하기 쉽지 않았다. 데이터 접근성과 비용 부담 때문이다. 임 대표 온라인 플랫폼이 입소문을 탔다. 미국 내 300여개 환경기관이 임 대표가 만든 환경 매핑 포털을 이용했다.

커뮤니티매핑 주제를 지역 내 다양한 문제로 확대했다. 주말 뉴저지 프랭클린 타운 남미계 고등학생과 지역 초등학교 주변 안전지도를 만들었다.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가 미국 내 지역민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가 미국 내 지역민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유명세를 탄 프로젝트는 '뉴욕 화장실 지도'와 '허리케인샌디 프로젝트'다.

뉴욕 화장실 지도는 임 대표 개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임 대표는 “딸과 함께 뉴욕 여행을 갔다가 화장실을 찾기 어려워 곤혹을 치뤘다”면서 “뉴욕 시민과 함께 뉴욕 내 화장실 위치를 커뮤니티매핑으로 만들어 주목 받았다”고 소개했다.

2012년 가을,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을 강타해 뉴저지 지역 80%가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임 대표는 지역 주민이 이용 가능한 주유소 지도를 만들어 제공했다. 백악관, 미국 에너지 장관 등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구글 지도 개방과 2000년대 후반 정보기술(IT) 발달은 커뮤니티매핑 열기에 불을 지폈다.

임 대표는 “구글이 구글 지도 데이터를 개방하면서 방대하고 정확한 위치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가격도 이전보다 저렴해지면서 위치 정보를 저장, 전송하는 비용 부담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폰 등장과 네트워크 기술 발달도 커뮤니티매핑 확산에 큰 영향을 줬다”면서 “이제 누구나 쉽게 주변을 돌아다니며 지도 데이터를 입력하고 전송, 공유하는 것이 가능한 환경이 갖춰줬다”고 덧붙였다.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가 한국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가 한국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으로 확산된 커뮤니티매핑

미국에서 주목받던 커뮤니티매핑이 한국으로 넘어온 것은 2011년 한국 초청 강연때다. 당시 강연을 들은 희망제작소 직원이 임 대표에게 홍대 커뮤니티매핑을 부탁했다. 홍대를 시작으로 서울, 부산, 광주 등 지역 곳곳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NGO 등이 임 대표를 찾았다.

아쉬움이 컸다. 임 대표 개인 힘만으로는 몰려드는 강연 요청과 프로젝트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욕심도 많았다. 30여년 전 미국 유학길에 오르기 전까지 살았던 조국이자 지금도 부모님이 거주하는 한국에 커뮤니티매핑을 제대로 뿌리내리고 싶었다.

2014년, 임 대표는 결단을 내렸다. 임 대표는 미국 머헤리의과대에 가정의학과 교수로 재직한다. 두 달에 한번 한국을 찾는 조건으로 월급 20%를 삭감하기로 대학과 합의했다. 사비를 투자해 서울 홍대 인근에 커뮤니티매핑센터를 설립했다.

발당장애인들이 커뮤니티매핑 활동을 하고 있다.
<발당장애인들이 커뮤니티매핑 활동을 하고 있다.>

한참 커뮤니티매핑 소개를 하던 임 대표 눈가가 촉촉해졌다. 미국으로 떠나기 바로 전 한국에서 진행한 커뮤니티매핑 사례를 소개하면서다. 센터는 이달 초 안산에서 발달장애인과 함께 하는 장애인 접근성 커뮤니티매핑 행사를 진행했다.

140명 발달장애인과 학부모,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 35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발달장애인 표정이 밝았다. 직접 안산 거리를 돌아다니며 휠체어나 장애인이 거동하기 어려운 곳을 찾아내 사진을 찍고, 앱에 내용을 공유했다.

한 중증장애인 부모는 눈물을 흘렸다.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자녀가 사진을 또렷하게 찍으려고 포커스를 맞추는 모습을 봤다. 임 대표는 “발달장애인은 사회 도움만 받는 이들이지 아무런 도움을 못준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라면서 “사회에 소외된 이들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여러 사람과 소통하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 학생들이 커뮤니티매핑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역 학생들이 커뮤니티매핑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역 고등학교, 대학교, 노인 등 다양한 이가 커뮤니티매핑에 함께한다.

국민대는 커뮤니티매핑을 교육과정으로 개설했다. 국민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대학생에게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인성이라 판단했다. 커뮤니티매핑은 위치기반과 집단지성, IT를 이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공감과 배려하는 활동이다. 국민대는 올해 초 평창동계올림픽때 버스를 대절해 평창 지역 장애인 접근성 커뮤니티매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부천 송내고등학교는 몇 년간 전교생이 참여하는 장애인 접근성 커뮤니티매핑을 함께했다. 다음달 제주도 수학여행때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제주 올레길과 서귀포 도심 지역 장애인 접근성 커뮤니티매핑을 한다.

노원 50플러스는 노원 지역 노인 주축 단체다. 임 대표는 IT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미국에서 영상 강의를 몇 주간 진행했다. 교육을 마치고 노원 지역 생태환경과 주변경관과 시설 등을 매핑한다.

임 대표는 “초·중·고에서 커뮤니티매핑을 하다보면 눈물을 흘리는 학생을 많이 만난다”면서 “장애인 고통을 처음 느끼면서 타인 아픔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T에 소외된 그룹 대상으로 커뮤니티매핑을 더 알릴 계획”이라면서 “초·중·고 인성 교육뿐 아니라 노인이 커뮤니티매핑 기술로 일자리까지 찾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대표가 활동에 참여한 학생과 대화하고 있다.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대표가 활동에 참여한 학생과 대화하고 있다.>

◇신념에서 출발한 커뮤니티매핑, 사회 변화 꿈꾼다

'협력해서 선을 이루자' 임 대표 좌우명이다. 어린 시절 몸이 안 좋은 형을 보면서 사회정의와 평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남을 늘 도와주던 어머니 영향도 컸다. 커뮤니티매핑은 단순 사회 활동이 아니라 그의 신념과 맞닿은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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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매핑센터 구호를 '세상을 바꾸는 지도 만들기'에서 최근 '세상과 나를 바꾸는 지도 만들기'로 바꿨다. 커뮤니티매핑이 우리 사회에 가져다 줄 변화를 믿는다.

그는 “IT와 집단지성을 이용해 시민참여를 유도하고 시민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적 방법으로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 과정에서 많은 이가 서로를 공감, 배려하고 소통하는 시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커뮤니티매핑을 계속 이어가는 건 한 단체 노력이 아닌 공감한 시민과 기업, 정부가 함께할 때 빛을 발한다”면서 “최근 안산 발달장애인 행사에서 KT가 무료로 인터넷 서비스를 지원한 것처럼 많은 기업과 단체가 좋은 일을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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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완수대표는

임 대표는 30년 전 미국 석사 유학길에 오른 후 박사 과정을 거쳐 현재 미국 머헤리의과대 가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도시, 환경, 정책데이터를 이용한 의료보건의 빅데이터 연구와 시민참여형 지리정보시스템과 커뮤니티매핑에 관한 연구를 한다. 럿거스 뉴저지주립대에서 도시계획·정책학박사를 했으며 노스캐롤라이나-채펄힐에서 도시·지역계획 석사를 했다. 메헤리의과대에 합류하기 전 뉴저지 럿거스대에서 지리정보시스템을 다년간 가르치며 연구했다. 2016년 장애인을 위한 '장벽 없는 세상 지도 만들기' 프로젝트로 구글 사회혁신지원프로그램 '구글 임팩트 챌린지' 우승을 차지했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