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개점휴업 중인 4차산업혁명위원회

SW융합산업부 박종진 기자
SW융합산업부 박종진 기자

다음 달 출범 1주년을 맞는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가 개점휴업 상태다. 정부와 민간이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새로운 정보기술(IT)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4차위 존재감은 작다. 주제별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끝장 토론을 하는 '해커톤'을 한 정도다. 산업계 의견 수렴 수준에서 그쳤다.

지난해 이맘 때 장병규 4차위원장 선임 발표 때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네오위즈, 첫눈, 블루홀 등 창업 필승 신화를 쓴 장 위원장이 첨단 기술 도입 첨병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개인 역량 문제가 아니었다. 4차위의 제한된 권한 때문이다. 당초 대통령이 맡기로 돼 있던 위원장직이 민간으로 이양되면서 역할과 위상이 대폭 축소됐다.

관련 업계 의견을 수렴, 신산업·서비스 현안을 해결하려던 구상은 번번이 막혔다. 스타트업과 택시업계 갈등을 빚은 스마트교통 분야가 대표 사례다. 주 역할이 의견 수렴, 조율과 자문역으로 한정된 4차위 한계가 드러났다. 해커톤 결론을 토대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행정권이 있었다면 택시업계도 참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동안 어설픈 권한과 운영 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최근 공공 부문 클라우드 도입 확대나 데이터 경제 활성화, 지방자치단체 스마트시티 구축 등 굵직굵직한 현안에도 4차위 존재감이 미미했다. 일부 위원은 1년 임기 만료 후 연임 거부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4차위 역할이 제한돼 성취감이 없다는 게 주 이유다. 장관 등 일부 인사들의 변화무쌍한 스케줄에 좌우되는 4차위 일정도 문제로 지적됐다.

4차위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가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출범한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4차 산업혁명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 발전 지원,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 등 핵심 기술 확보, 기술 혁신형 연구개발(R&D) 성과 창출 등 역할이 주어졌다. 의견 수렴이나 정책 자문만으로 이를 실현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초기 방침대로 4차위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핵심은 기술이지만 타이밍도 중요하다. 현장과 부처 간 의견을 수렴해 제때 정책을 수립하고 법률 제·개정을 정부안으로 제안할 권한도 있어야 한다. 정부 개각과 연임을 원치 않는 위원 등으로 4차위 구성 변화는 불가피하다. 4차위 '2기'는 실질적 4차 산업 컨트롤타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