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中리커창 "협상으로 분쟁 풀자"…대미 '유화 메시지'

리커창 중국 총리(사진:세계경제포럼 홈페이지)
리커창 중국 총리(사진:세계경제포럼 홈페이지)

리커창 중국 총리가 협상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자는 유화적인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리 총리는 19일(현지시간) "분쟁은 협상을 통해 풀어나가야 하며 어떠한 일방주의는 가시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중국 톈진에서 열린 제12회 '하계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는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2000억달러, 600억달러 어치의 상대국 제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나서 중국 최고 지도부의 공식 반응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줄곧 문제 삼고 있는 위안화 환율 문제와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방어 논리를 폈다.

그는 "최근 위안화 환율에 일정한 폭의 파동이 일었다"며 "어떤 이는 이것이 의도적인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에 부합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근거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안화의 일방적 평가절하는 단점은 많고 이익은 적어 중국은 위안화를 평가절하해 수출을 자극하는 길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중국 수출 기업들이 위기에 몰릴 경우 중국 정부가 대규모 외자 유출과 외환보유액 감소까지 감수하면서 위안화를 큰 폭으로 평가절하하는 '극약 처방'을 쓸 수도 있다는 일각의 예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통화 정책과 관련해서 그는 시스템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정책을 지속하는 가운데서도 예방적인 미세 조정을 통해 실물 경제 부문에 유동성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 총리는 "현재 연못에 물이 결코 적은 것이 아닌데 문제는 어떻게 물길을 내주느냐에 있다"며 "시스템을 정비해 실물 경제로 유동성이 흘러갈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자금이 효율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펴고 있다. 올해 인민은행은 3차례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면서 은행들이 추가로 확보한 대출 여력을 중소기업 등 특정 대상에 쓰도록 했다.

중국 경제계에서는 인민은행이 경기 하방 압력과 미중 무역전쟁 충격에 대응해 조만간 한 차례 더 지급준비율을 인하해 시중에 추가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인프라 부문 등 최근 중국의 투자 지표가 크게 악화한 가운데 리 총리는 일정한 투자 육성책은 펴겠지만 과거와 같이 투자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경제 정책은 펴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지방정부가 인프라 건설을 위해 1조3천500억위안에 달하는 채권을 발행하도록 허용하는 등 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을 추진 중이다.

'4차 산업혁명 속 새로운 사회 창조'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12회 하계 다보스포럼에는 90여 개국에서 2천여 명의 정치, 산업, 학계 대표들이 참석했다.

하계 다보스포럼은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의 하반기 행사로,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과 구별하기 위해 하계 다포스포럼이라고 부른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 정부가 이번 하계 다보스포럼을 자국 경제 개방과 개혁을 통해 세계 자유무역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각국에 강조하는 '매력 공세의 장'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