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남북, 백두산에 함께 오르다

백두산 천지와 장군봉서 기념사진 찍고 남북정상회담 마무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나란히 백두산에 올랐다. 두 정상은 백두산 천지와 장군봉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3차 남북정상회담을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정상회담을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실현을 위한 중요한 큰 걸음이었다고 평가했다.

백두산 천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가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뒤재단>
백두산 천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가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뒤재단>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새벽 비행기편으로 평양을 떠나 백두산으로 향했다. 부인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가 동행했다. 백두산 방문은 문 대통령이 4월 1차 판문점 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평생의 소원'이라고 밝힌 것으로, 김 위원장이 이번 평양회담 기간에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오전 8시 20분께 삼지연공항에 도착했다. 기다리던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영접했다. 남북 정상 부부는 자동차를 타고 백두산 장군봉에 9시 33분께 동시에 도착했다. 장군봉은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다. 현장에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등 북측 주요 인사들이 정상 일행을 맞이했다. 양 정상은 오전 10시 10분께 백두산 천지에 도착했다. 현지 백두산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 물이 마르지 않도록 앞으로 북남 간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다”면서 “백두산 천지가 남쪽에서는 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의 산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이 오고, 남쪽 일반 국민도 백두산으로 관광 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백두산 천지 물에 손을 담그고, 준비해 간 물병을 천지 물로 채웠다. 김 여사는 물병에 담아간 한라산 물을 절반쯤 천지에 쏟고, 대신 절반을 백두산 물로 채웠다.

남북 정상 부부는 등반 후 2박 3일 일정 마지막 행사인 오찬을 함께하고 귀환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올해 안으로 서울에서 다시 재회할 것을 약속하며 서울공항행 전용기에 올랐다.

남북은 평양정상회담에서 '평양공동선언'을 내놓고 한반도 전쟁 위협 제거 등 실질 종전을 선언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 의지를 밝히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기반 조성에 주력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을 약속했다. 민족경제 균형 발전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 등 교류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남북이 평양공동선언에 합의했지만 갈 길이 멀다. 미국 동의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은 제한이 많다. 남북 경협은 미국과 유엔 제재 완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귀국 직후 가진 대국민 보고에서 “3일 간 김 위원장과 비핵화, 북미 대화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는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약했다”며 “(김 위원장은)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과정 빠른 진행을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방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리기를 희망한다는 뜻도 밝혔다고 문 대통령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회담서 교착국면 타개 시 비핵화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 열쇠를 풀기 위해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경제협력 등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실마리를 찾는다. 북·미 대화 연결고리를 마련하는 것이 과제다.

문 대통령은 연내 종전선언을 하는 것을 남북이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판문점과 평양에서 백두산으로 이어진 남북 평화 바람이 서울에 안착할 지, 2018년 남·북·미 정상 간 평화 협상이 한반도 운명을 가른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