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제주 크립토밸리에 거는 기대

[프리즘]제주 크립토밸리에 거는 기대

KT, 네이버 라인, 마이크로소프트, 후오비, 스타벅스….

이들 기업 공통점은 뭘까.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시장 진입을 준비하거나 뛰어든 기업이다.

시장 독점 지위를 확보한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강력한 정부 규제에도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엄청난 이익과 파급력을 가져올 블록체인 산업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일본 대형 은행 미즈호가 시장에 또 하나 화두를 던졌다.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를 기존 자본 완충재나 대체재 역할로 바라보지 않고 다른 여러 산업과 맞물려 간다는 것을 염두에 뒀다. 현지 기업과 연합해 블루랩을 설립한 데 이어 소프트뱅크와 공동으로 제이닷스코어를 설립했다. 블록체인에 무역금융을 입히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과 긴밀하게 연결하는 새로운 산업 거미줄 만들기에 들어간 것이다. 그다음 암호화폐도 발행한다.

이제 우리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구분 지어 접근하는 시각에 변화를 줘야 한다.

여러 국가가 정부 주도로 블록체인 산업 사슬을 만들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여전히 '규제 아닌 규제'나 책임을 피하려는 태도로 일관한다. 여전히 엉뚱한 궤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블록체인 산업은 양성하지만 암호화폐 투기는 막겠다는 생각이다.

오죽했으면 지방정부인 제주도가 블록체인 특구 조성에 나섰을까.

블록체인 산업을 이끌기 위해서는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플레이어가 자본을 벌어들여 산업을 촉진시키고, 해외 자본도 마음껏 활용하기 위해서는 규제 샌드박스가 필수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암호화폐 관련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 우려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산업과 자본을 따로 떼어낸 이분법 전략은 현실과 괴리돼 있다.

제주도는 국제자유 지자체다. 제주 크립토밸리를 테스트베드로 적극 활용, 국가 경험을 축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래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라는 터널을 벗어날 수 있다. 그 시작이 어디든 나쁘지 않다. 제한된 실험이 가능한 제주도라면 더욱더 현실에 맞을 수 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