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선택권 빠진 택시요금 인상 논의

카풀 앱 시연 모습.(사진=전자신문DB)
카풀 앱 시연 모습.(사진=전자신문DB)

이동 수단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이 외면받고 있다. 서울시가 택시요금을 얼마나 올릴지 검토하면서 소비자 부담 가중이 불가피해졌다. 그런데도 보조 이동 수단이 될 카풀과 같은 승차공유에 대한 논의는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택시 노사민전정 협의체가 택시요금 인상 방안을 찾고 있다. 택시기사 서비스·처우 개선책도 제시한다. 택시기사 월 생활비가 현재 217만원에서 285만원으로 오르도록 할 방안이다. 요금 인상은 기정사실화됐다. 기본거리 요금 두고 적정 인상 폭을 고민 중이다. 이르면 내년 초 답을 내놓는다.

택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승차공유 분야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 출퇴근 시간 택시 부족 현상을 해소할 대안으로 떠오른 카풀 역시 대화 주제에서 빠졌다. 서울시는 카풀을 포함한 승차공유 문제는 법 개정 사항이라며 공을 정부에게 넘겼다.

승차공유 논란은 진전 없이 수년째 공회전하고 있다. 정부도 논의의 장을 마련하려 했지만 택시 불참으로 번번이 좌절돼 왔다. 그 사이 서너 개 기업이 사업을 접었다. 국내 스타트업도 포함됐다.

정부와 서울시가 소비자 선택권 확대에 대한 논의 없이 택시요금 인상 논의를 시작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거세질 전망이다.

카풀은 직장인 사이 인기를 끌고 있다. 택시요금 대비 많게는 60% 수준으로 저렴하다. 국내 한 업체는 3㎞ 이내 운행 시 3000원을 받는다. 3㎞를 초과할 경우 기본요금 없이 140m당 155원씩 비용을 매긴다. 카풀 애플리케이션(앱) 내에 등록된 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에 요금 지불 절차도 간편하다. 카풀기사는 고객 평점으로 관리된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카풀을 직업으로 삼기는 어렵다. 번 수익금 20%를 회사가 떼간다. 저렴한 요금 체계를 감안하면 기름값 이상 돈 벌기가 쉽지 않다. 카풀업체마다 일일 사용 횟수에 제한을 걸었다.

택시와 카풀은 사업 영역도 다르다. 카풀은 택시 공급이 부족할 때 주로 활동한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인 오전 8~9시 기준 카카오택시 승객 택시 호출은 23만건까지 치솟지만 배차 가능한 기사는 2만6000여명에 불과하다. 이 같은 수요·공급 불균형을 카풀이 완화한다.

카풀은 기존 승차공유 업체들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 무관심 속에 맷집이 약한 스타트업은 고사 직전에 내몰렸다. 승차공유로 몰리던 자금도 빠르게 해외로 빠져나간다. 해외 승차공유 업체에 투자한 국내 자금이 올해 들어 6000억원을 넘어섰다. 택시업계 반대로 국내에선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카풀 스타트업 럭시에 투자했던 현대차도 택시기사 '불매운동' 조짐으로 올해 초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대신 해외 승차공유 업체에 투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서울시가 중재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요구다. 업계 관계자는 “승차공유 못지않게 택시업계도 합승 금지, 요금 동결과 같은 오래된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양측에 당근과 채찍을 가하면서 대화의 장을 조성, 소비자 편익을 증대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