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원희룡 제주도지사 "청정과 첨단 양립, 우량기업 제주에서 ICO할 수 있도록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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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원희룡 제주도지사 "청정과 첨단 양립, 우량기업 제주에서 ICO할 수 있도록 준비"

“사람을 발음하면 입술이 닫히고 사랑을 발음하면 입술이 열립니다. 사람은 사랑으로 서로를 열 수 있습니다. 제주와 블록체인도 이런 관계로 만들어야 합니다.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선택의 순간에 도지사로서 '블록체인 특구 조성'을 추진한 것은 최악이거나 최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선택이든 그것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현재의 저라고 생각합니다. 항구에 머물 때 배는 언제나 안전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배의 존재 이유가 아닙니다. 제주에 블록체인이라는 거대한 배를 띄울 것입니다.”

제주도가 4차 산업혁명 허브, 블록체인 특구로 관심이 뜨겁다. 그만큼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블록체인 산업 의지와 향후 계획에 대해 외부 시선도 뜨거울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 시장을 둘러싼 투기 광풍은 한국에 암호화폐공개(ICO) 금지라는 선언적 주홍글씨를 새겼고, 많은 국민도 한국 정부 행보에 '긍정'과 '부정' 두 시그널로 나뉘어 논란을 거듭한다.

이를 잠재울 대안으로 '제주 블록체인 특구 조성' 계획이 부상했다.

원희룡 지사 입으로, 머리에 담긴 블록체인 특구 계획을 직접 들었다. 일각에서는 정치인 선심 공약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도 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또 원 지사가 바라보는 '제3 제주 만들기' 프로젝트를 듣기 위해 제주도로 날아갔다.

전자신문 김상용 편집국장(가운데)과 홍기범 경제금융증권부장(오른쪽)이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자신문 김상용 편집국장(가운데)과 홍기범 경제금융증권부장(오른쪽)이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예전부터 제주를 4차 산업혁명 허브로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관광산업이 발달한 제주가 ICT허브로 가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주 산업 구조는 1차 산업 약 11%, 2차 산업 약 18%, 3차 산업 약 70% 비중을 차지한다. 다시 말해 관광과 서비스업이 속한 3차 산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편중된 산업구조다. 물론 3차 산업이 제주 경제를 이끈 촉매는 분명하다. 다만 이 산업구조 지속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도전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기후 변화로 1차 산업 불확실성이 초래됐고, 중국 사드를 둘러싼 한중 갈등 여파로 3차 서비스 산업도 대외변수로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결국 제주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새 먹거리를 찾아 편중된 산업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주 청정을 유지하면서도 산업 다변화, 즉 전통 굴뚝 산업을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신기술 기반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블록체인 허브 도시 조성이 필요한 이유다. 제주에 첨단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해야 하는 당위성, 구체적 이유는 무엇인가.

-제주는 블록체인 산업과 관련된 복잡한 법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 수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최적 입지다.

제주는 국제자유도시다. 특별자치도로서 법적 특례 마련을 통해 암호화폐 발행을 둘러싼 복잡한 금융 관련 법 문제를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쉽게 풀 수 있는 인프라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제주는 섬이다. 암호화폐 발행과 별도로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 모델을 적용하고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서 최적 요건을 갖췄다. 법 문제뿐만 아니라 산업 검증에 이르는 다양한 쟁점을 특례로 풀어나갈 수 있다.

무비자 제도, 투자유치 제도로 국제 블록체인 시장 전문 인력과 자본을 유치하는 것도 용이하다. 이런 강점을 갖춘 제주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블록체인 허브 도시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제정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협의, 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별법 제정과 관련 현재 진행 상황과 앞으로 실행 계획은 무엇인가.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블록체인 특구 조성을 위해 최근 본회의를 통과한 지역특구법 '규제자유특구'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또 하나는 제주특별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제주특별법은 주기적으로 개정을 하는 '제도 개선'이란 절차가 있다. 내년도 제주특별법 개정을 목표로 하는 7단계 제도 개선이 예정돼 있다. 현재 다양한 제도 개선, 즉 특별법 개정 과제를 발굴 중이며, 그 일환으로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제도개선 과제도 찾고 있다.

질문처럼 특별법 개정을 위해서는 중앙부처 협의가 필수다. 일단 제주 블록체인 특구 기본 방향에 대해 중앙정부와 협의를 지속하고 있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도내에서 어떤 방향으로 특별법을 만들어갈지 초안을 작성 중이다. 초안이 나오는 데로 중앙정부와 협의에 나서겠다.

▲특구 조성 일환으로 암호화폐공개(ICO) 국내 허용, 해외 글로벌 거래소 유치 등을 이행 공약으로 언급한 바 있다.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제주 특구가 지정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계획을 추진할 예정인가.

-혁신 아이디어와 이를 구현할 능력은 있지만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건실한 기업이 한국에 많다. 이들 기업이 ICO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구 주목적이다. 다만 자금세탁 방지 등 악용가능성에 대한 사후관리도 필수다. ICO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점진적으로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할 계획이다.

ICO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업 선별 기준을 만들 예정이다. 아울러 암호화폐거래소 등 암호화폐 취급업자의 자금세탁 방지, 고객 신원확인 규제 등을 마련하겠다. 기준과 규제를 먼저 준비한 후 검증된 우량기업이 제주에서 ICO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다. 객관적 우량기업 선별을 위해 전담기구 설치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는 ICO를 허용하지 않는다. 현 정부의 이 같은 규제가 맞는 규제인지도 여러 논란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 핵심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향후 5년간 10배 이상 관련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혁신 기술로 재도약 기회가 도래했지만 우리나라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분리하고 기술만 살린다는 정책 방향을 취했다. 기회도 같이 죽어버린 셈이다. 단적으로 정부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 지난해 9월, ICO전면 금지 선언이다.

중앙정부 나름대로 암호화폐 시장 불완전성을 해소하기 위한 선택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ICO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잉 규제란 비판이 가능하며, 모든 ICO를 금지하는 타당한 법 근거도 없다. 이 같은 정부 방향이 블록체인 산업에서 규제 경쟁력을 상실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고, 국내 다수 기업이 해외로 이탈하고 있다. 이를 계속 방치한다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주도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질서 위에서 애플리케이션 또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플랫폼 소비자, 추종자로 전락할 것이다.

▲블록체인 활용은 제주 전역에 적용할 분야가 많다. 행정 쇄신과 유통, 공공 등 분야별 활용 계획은.

-몇 가지 적용 모델을 검토 중이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부가가치세 환급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에는 외국인이 부가가치세 환급을 받으려면 정해진 서식을 작성하고, 이를 공항의 정해진 장소에 제출해야 환급이 가능하다. 만약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소비데이터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외국인 소비를 가맹점 등에서 즉시 검증할 수 있다. 소비한 장소에서 바로 환급을 받고 다시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소비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농축산물 이력관리에도 기술 적용을 고려하고 있다. 축산물이 도축, 가공, 유통되기까지 각 과정 이력 등을 검증받기 위해서는 많은 서류가 필요하다. 이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하면 별도 서류를 떼서 증빙할 필요가 없다. 그 외에도 탄소 마일리지를 토큰화해 돌려주는 시스템과 제주 1차 산업과 맞물리는 여러 분야에도 적용 계획을 타진할 계획이다.

[대담]원희룡 제주도지사 "청정과 첨단 양립, 우량기업 제주에서 ICO할 수 있도록 준비"

▲중장기 계획으로 제주코인 발행도 추진한다고 들었다. 제주 자체 토큰 발행 계획은.

-제주코인 발행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암호화폐를 발행한 베네수엘라 페트코 코인발행 사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고 선도한다는 목적보다 심각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국가 재정 마련을 위한 사례로 보인다. 암호화폐로 국가 재정을 마련한다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노원구 노원코인이나 서울시의 S코인(가칭) 등 지역 인센티브 장치로서 지자체가 토큰을 발행하는 모델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 모델은 탄소저감 행동, 친환경 활동에 대해 제주가 토큰을 제공하고 이를 지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행동 지역에 지역 토큰을 얼마나 주고, 토큰을 어디에 활용하고, 토큰 가치를 어떻게 산정할지 등 여러 선결 과제가 있다. 중장기로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다.

▲제주를 어떤 곳으로 만들고 싶은지, 도지사로서 목표는.

-천혜 청정 환경을 보존해 미래세대에 물려주는 것. 도민 생활에 첨단 기술이 자연스레 녹아들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것.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혁신적인 곳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기술 진보와 자연은 대립한다는 편견을 뛰어넘고 싶다. 양립이 가능하다는 걸 블록체인과 다양한 ICT 도입으로 증명하겠다.

망설이는 호랑이는 침을 쏘는 벌보다 못하고, 움직이지 않는 준마는 천천히 걷는 노마보다 못하고, 요순의 지혜가 있어도 말하지 않으면 말 못하는 자의 손짓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

제주가 새로운 ICT 허브로 탄생할 수 있도록 천천히 걷는 (제주)노마가 되겠다.

대담(제주)=홍기범 경제금융증권부장

정리(제주)=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사진(제주)=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