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8개월 만의 출근...멈춰선 롯데 다시 뛴다

5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수감 중이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구속 234일만에 석방됐다. 신 회장은 석방과 동시에 경영 일선에 복귀해 해외 투자와 지주사 전환 등 그룹 주요 현안 처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5일 석방된 신 회장은 이틀간의 짧은 주말 휴식을 취한 뒤 8일 롯데월드타워 집무실로 출근해 집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지난 여름 구치소에서 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체중이 약 10㎏ 가량 빠졌지만 자신의 8개월 간 부재로 산적한 현안을 챙기기 위해 곧장 업무에 복귀하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석방된 만큼 그동안 중단됐던 롯데그룹 각종 투자 계획이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전망한다. 또 경기활성화에 힘을 보태기 위해 '통큰' 고용 계획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 회장은 출근과 동시에 황각규 부회장을 비롯해 4개 사업 부문(BU) 부회장단 등으로부터 경영 현안을 보고 받고 회의를 할 예정이다. 그룹 차원 투자를 포함한 현안을 점검하며 내부 업무 위주로 활동한 뒤 일본과 해외 사업 현장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급한 현안으로는 신 회장 구속 기간 중단되다시피 한 국내외 10여건 11조원 규모 인수합병(M&A) 재추진이 꼽힌다. 롯데는 올해 베트남 제과업체와 베트남·인도네시아 유통업체, 미국·베트남의 호텔 체인, 유럽 화학업체 등의 인수를 검토해 왔으나 실질적인 진행이 멈춰 있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주사 체제 전환도 추진할 전망이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쇼핑·제과·음료·푸드 등 4개 사를 아우르는 롯데지주를 설립했고, 비상장 계열사 6개사도 흡수 합병했다. 향후 지주사 완성을 위해서는 편입 계열사 확대와 함께 내년 10월까지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 등 금융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 연결고리 역할을 해 온 호텔롯데 상장도 신 회장 복귀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호텔롯데를 상장하면서 현 최대주주인 롯데홀딩스(19.07%)를 비롯해 일본 롯데 계열사 지분율을 대폭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 회장은 향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도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정구속 이후 스스로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는 사임했지만 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다. 또 사드 경제보복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현지를 찾아 롯데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경영권 분쟁을 시작으로 신 회장에 대한 수사, 재판으로 떨어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개혁안도 검토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 회장은 앞서 2016년 10월 경영비리 관련 검찰수사가 끝난 뒤 롯데그룹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5년간 7만명 신규 채용 및 총 40조원 투자 계획을 약속한 바 있다.

롯데 관계자는 “그동안 신 회장 부재로 지지부진 했던 사업들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