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35>진정한 바람(jobs to be done)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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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는 프톨레마이오스 13세의 누이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도 그녀에게 매혹됐다. 블레즈 파스칼이 '팡세'에서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다”라고 묘사한 이후 그녀는 미인의 대명사가 됐다. 더욱이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클레오파트라 역을 맡은 1962년 동명 영화 이후 사람들은 클레오파트라를 자그맣지만 오뚝한 코와 보라색 도는 푸른 눈의 미녀로 기억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많은 기업에 혁신은 핵심 성장 전략이다.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84%가 그렇게 답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94%가 정작 성과는 불만스럽다고 매킨지 조사에 답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에게도 오래된 궁금함이었다. 기업은 누구보다 자신의 고객을 잘 안다. 최신 경영 기법과 전문가들로 무장했다. 이토록 참담한 실패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디에 문제가 있을까.

오랜 기간 수많은 글로벌 기업 실패 사례를 본 후 찾아낸 문제는 단순했다. 결국 고객 생각과 바람을 모르는데 있었다. 그는 고객의 '진정한 바람(jobs to be done)'을 이해 못한 기업 문제라고 결론 내린다.

해결책은 실상 쉽지 않다. 어느 날 혁신 컨설턴트 밥 모에스타에게 급한 의뢰가 온다. 새로 지은 은퇴자용 콘도가 도무지 팔리지 않았다. 부부용이니 크기는 작았지만 그 외는 어디 한 군데 흠잡을 데가 없었다. 온갖 마케팅 캠페인도 소용없었다. 이대로는 줄줄이 사업을 미뤄야 할 판이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찾아낸 답은 상상 밖이었다. 문제는 식탁에 있었다. 자녀도 모두 출가한 터여서 실상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녀들과 온갖 추억이 깃든 식탁을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고객이 큰 부엌 겸 식당을 원한다고 했을 때 이해할 수 없었다. 부부가 무슨 그리 큰 식탁 공간이 필요할까. 정작 이유는 오래되고 몇 푼 안 가는 식탁이 고객의 '진정한 바람'인 셈이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고 다 지은 콘도를 뜯어 낼 수는 없었다. 모에스타는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가능한 한 평면을 이리저리 조정해서 식탁 들어갈 공간을 짜냈다. 둘째 그러고도 안심이 안 되면 2년 동안 보관할 공간을 주기로 한다. 고객에겐 천천히 생각해 볼 시간이 생긴 셈이었다. 곧 불경기가 닥쳤고, 경쟁 기업 매출이 반 토막 날 때 3500달러를 추가 보관비용으로 부과하고도 25%나 성장한다.

기원전 323년 알렉산더 대왕은 바빌론에서 죽음을 맞는다. 그의 사후 제국은 결국 세 덩이로 쪼개진다. 이집트는 프톨레아미오스 1세의 몫이 되고, 이렇게 이집트의 그리스 왕조가 시작된다. 결국 클레오파트라는 그리스 여인인 셈이었다. 기원후 1세기에 만들어진 아수스 전투의 모자이크에 그려진 알렉산터 대왕의 코는 굴곡 없이 우뚝하고 높다. 어쩌면 클레오파트라 코가 높은 것은 미인이라기보다 그녀가 그리스 혈통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상징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종종 소비자 희망 사항을 잘못 이해한다. 이럴 때 갖은 혁신 노력이 성과 없이 끝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크리스텐슨 교수가 '진정한 바람'이란 용어를 빌어 말한 것도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간혹 클레오파트라를 상상하며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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