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스마트폰 '평양터치' 입수···'명의원·울림·광명' ICT 실체 공개

송금·카드결제·전자상거래 등...젊은층 중심 모바일 거래 확산

북한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 평양 터치(모델명 평양 2418)를 본지에서 입수했다. 본지 취재진이 같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평양 터치와 국내 스마트폰을 비교해 보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북한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 평양 터치(모델명 평양 2418)를 본지에서 입수했다. 본지 취재진이 같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평양 터치와 국내 스마트폰을 비교해 보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북한 젊은 세대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평양터치(모델명 평양 2418)'에는 핀테크 기반 간편 결제는 물론 교육, 의료 정보, 농사 기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이 망라된 것으로 확인됐다. 성능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10만~20만원짜리 스마트폰 수준에 불과하지만 북한 주민 생활에 필요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 ICT 현주소를 확인하는 중요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신문은 최근 북한 스마트폰 평양 2418을 입수, 제품 사양 및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집중 분석했다.

그 결과 평양터치는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과 유사한 핀테크 기반 간편 결제 앱이 기본 사양으로 내장된 것이 파악됐다. 우리나라에 이어 북한에서도 모바일 전자상거래 시장이 젊은 층 위주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서비스 명칭은 '울림 1.0'이다. 송금, 카드결제, 선불 충전,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모두 1개 앱에 포함했다. 조선중앙은행이 발급하는 신용카드를 모바일에 등록하고, 간편 송금과 충전·결제가 가능하다. 소비한 내역을 보여 주는 기능은 색다르다.

가장 많이 탑재된 앱은 '교육'이다. 김일성·김정일 주체사상에 관한 다매체 정보를 수록한 '조선대백과사전'을 비롯해 △광명 1.20 △조선말 삼흥 △학원중국어 △한자사전 1.0 △중국어사전 △영어 A부터 Z까지 △다국어 삼흥 등이 담겼다.

이 밖에 자가 의료 진단 서비스를 지원하는 '명의원 3.0', 과학 농사 기법을 알려주는 '천하지대본' 앱도 제공한다. 북한 스마트폰이 이용자 간 소통 기능보다 생활 방식을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언어(문화어)도 이채롭다. 전화는 번호판, 문자는 통보문으로 표시했다. 수산기, 열쇠걸린화면, 체계여벌복사 등 문화어도 사용됐다. 장기이나 바둑 등 우리나라에서 접할 수 있는 게임 이외에 보석맞추기, 별찌까기, 2048 맞추기 등 북한에서 자체 개발한 특화 게임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평양터치는 5인치 액정표시장치(LCD) 화면, 2GB 램(RAM), 16GB 내장메모리, 400mAh(탈착식) 배터리를 탑재했다. 안드로이드 기반 운용체계(OS)로 구동된다. 충전 단자는 마이크로USB 5핀이다. 전화·주소록·문자·카메라·계산기 등 기본 외에 간편 결제, 교육, 의료, 게임, 사전, 농사기법 등 정보를 담은 앱도 갖췄다. 부품은 대부분 중국산으로 이뤄졌지만 북한에서 자체 조립·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에는 평양, 아리랑, 진달래 등 3대 스마트폰 브랜드가 존재한다. 단말기 가격은 기종에 따라 100~400달러 수준이며, 인터넷은 지원되지 않는다. 당국에서 운영하는 '광명'을 대표 인트라넷으로 사용한다. 통신 기본료는 약 12센트(약 1300원)다. 음성통화 200분, 문자메시지 200건을 기본 제공한다. 기본 제공량이 소진된 이후부터는 음성통화 100분에 13달러(약 1만4700원) 수준으로 비싸다. 골드번호 거래 가격은 100~300달러에 거래된다.

북한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북한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2010년 43만1919명에서 2010년 100만명을 돌파, 2015년 324만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전체 인구 약 13% 정도가 이동전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올해는 500만명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KISDI는 “북한에서 스마트폰 보급, 이동통신 단말 기반 웹 메일 개발 등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통신서비스 효용성을 인지한 북한 주민의 내부 기술 개발 요구도 점차 확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