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내가 정의'를 버려야 보이는 것들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페이스북에 “확률형 게임 규제, 될 때까지 갑니다”라고 적었다. 이에 앞서 손 의원은 “요즘 국회에 도는 소문으로는 삼성보다 더 강한 대정부 로비는 게임사라던데 게임회사 사주들을 과연 국감에서 볼 수 있을지?”라며 기업 관계자 출석을 압박했다.

국감이 시작됐다.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국회와 이를 방어하려는 기업, 정부의 보이지 않는 작전이 치열하다.

국감은 국회 본연의 권리이자 의무다. 이것을 뭐라 할 사람은 없다. 다만 '내가 옳다'는 확신은 때로 빗나간 화살이 된다. 증인석에 선 이들은 그것만으로 위축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그 순간만 참으면 된다. 이것을 잘 아는 일부 의원은 본인 주연의 화려한 드라마를 연출한다.

호통과 압박은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남는 것은 별로 없다. 지난해 게임 분야 국감은 확률형 아이템을 논의하며 '국정농단' '도박'이라는 인상 깊은 캐치프레이즈를 남겼다.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구호가 문제 본질과 달랐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원하는 것이 확률형 아이템 규제인지 확률을 높이는 것인지 파악조차 안 됐다. 국내 게임사들이 왜 이런 비즈니스모델(BM)을 유지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부도덕하기 때문'이라는 수준에서 쳇바퀴를 돈다.

어떤 이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돈을 쓰는지, 요새 나오는 모바일게임이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유지하는지 알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주문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질문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 산업 파이를 어떻게 넓혀야 하는지 고민을 확장시킨다. 단초를 알 수 있는 외부 자료는 많다. 국회가 게임사에 협조를 구해 내부 데이터를 확보해서 합치면 사회 논의를 확장할 수 있다. 서로 신뢰해야 가능한 일이다.

귀를 열어야 한다. '내가 정의'라는 확신에 사로잡히면 보고 싶은 면만 볼 수밖에 없다. 이해 당사자가 아닌 국회는 여러 면을 살피고 사안을 입체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질문을 할 수 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