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벤처 투자, 회수가 능사인가

올 상반기 벤처 투자 회수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8월까지 벤처 투자 회수 동향을 집계한 결과 투자 원금과 수익을 합친 회수 금액이 1조857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이상(107%) 늘어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원금으로 놓고 볼 때도 2.4배(136%) 수익을 올렸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1.69배)보다 67%포인트(P)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중기부 설명대로 투자에서 성장과 회수 단계를 거쳐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벤처 생태계 기반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과연 벤처 자금 회수가 마냥 기뻐할 일인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국내 벤처 투자는 미국과 달리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안전성 위주로 운영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리스크가 큰 초기 기업에 투자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창업 중·후반 기업에 집중 투자, 상장을 통한 단기 수익 시현에 치중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혹시나 사상 최대 벤처 투자 회수액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지 짚어 봐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회수 유형으로 볼 때 기업공개(IPO)를 통한 회수 금액이 압도했다. IPO를 통한 회수액이 58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8.2% 증가했다. 114개사로 전년 동기 대비 20개사가 증가했으며, 1개사 평균 회수 금액도 51억원으로 103% 늘어났다.

벤처 투자는 기존 투자와 질이 다르다.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하지만 신기술 또는 아이디어를 갖춘 초기 기업에 투자해서 투자자에게 엄청난 부를 안기고, 미래 창업자에게 꿈과 도전의식을 심어 주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벤처 투자는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벤처 투자도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라는 벤처 투자 속성을 곱씹어 봐야 한다. 코스닥 이외에 다른 회수 시스템도 발굴해야 한다. 사상 최대 회수액이라며 자화자찬하기 전에 넘쳐 나는 투자가 과연 벤처 생태계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는지 따져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