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시설물 안전 진단, 데이터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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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경 한국시설물안전진단협회장
<박주경 한국시설물안전진단협회장>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에 수많은 시설물이 건축되고 있다. 하늘에 닿을 듯 끊임없이 올라가는 빌딩과 한껏 치장한 화려한 건물, 국가가 건설하는 수많은 도로와 교량 및 터널은 경쟁하듯 세계 모든 곳에서 지금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모든 삶을 건축 시설물과 함께한다. 옹벽으로 둘러싸인 아파트에서 아침에 깨어나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터널과 다리를 지나 회사에 출근한다.

더 높게, 더 빠르게, 더 저렴하게 만들기 위한 건축 기술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해 급속한 발전을 보여 왔다.

그러나 시설의 안전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한 기술은 더디게 발전하고 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로 1995년에 제정된 시설물안전법에 맞춰 23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육안검사 중심으로 정밀안전점검과 안전진단을 수행하고, 개인의 주관 판단에 안전을 맡기고 있다.

20여년 동안 시설물 안전진단 시장은 3000억원대에서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업체는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전문가 1만5000명 또한 자부심과 열정을 잃은 지 오래다. 이는 시설물 안전진단을 형식에 그친 절차로 여긴 저가 입찰 관행과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해석 분석업무 등에 적정 대가가 지급되지 않은 결과다.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준비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등은 시설물 안전관리를 고도화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IoT 센서로 시설물 진동·기울기·변형 등 안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축적된 데이터는 시설안전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을 통해 보수·보강 시점까지 예측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시설에 대한 정확한 진단 데이터는 선진국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예방 보전 방식 유지관리를 가능케 해 장기로 사후 유지관리 대비 약 70% 비용절감이라는 사회 편익 제공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도쿄 교량에 예방 방식 유지관리를 30년 동안 적용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대한민국 시설물은 노후화되고 있다. 2030년이면 1, 2종 시설물 가운데 약 37%가 30년 이상 경과하게 된다. 아이가 공부하는 전국 교실의 2만1000개(전체의 약 30%)가 이미 30년을 넘겼으며, 붕괴된 용산 상가와 같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노후 건물은 수십만 채에 이르고 있다.

실시간 데이터 관제로 시설안전을 관리할 법과 제도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늘도 위험에 방치되고 있는 우리 아이와 시민들 안전을 위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천문학 규모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한 보수·보강 이전에 최소한 IoT 센서로 건물 안전을 모니터링하고, 위험 시 바로 대피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에는 광 센서 등을 활용한 기존 전기식 대비 정밀하고 저렴한 서비스가 시장에 나오고 있어 이를 활용한다면 시설관리 주체의 재정 부담 없이 국민 안전과 시설안전진단 산업 육성 모두 실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서울 상도유치원과 가산동 아파트 사고는 정보 불확실성으로 전문가가 엇갈리는 주장을 펼치면서 의사결정이 늦어졌다. 과거의 의사결정은 현재 결과, 현재의 의사결정은 미래 모습을 각각 규정한다. 시설안전 사고는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이제 더 이상 시설안전을 정확한 데이터가 아닌 개인의 경험에 기댄 의사결정에 맡겨서는 안 될 것이다.

세상은 변하고 기술은 발전하고 있다. 시설안전을 데이터로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데이터 기반으로 최소한의 사회 안전장치를 준비하자는 미래를 위한 사회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주경 한국시설물안전진단협회장 jkpark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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