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탁상행정+카드사 꼼수에 산으로 가는 '지역 전자화폐'

전수조사 없이 추진...탁상행정 논란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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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과 경기도, 부산 등 전국 광역은 물론 시·군 등 다양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지역 전자화폐' 사업이 초기부터 잡음으로 시끄럽다.

무늬만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가 하면 전자화폐가 아닌 체크카드 바우처 형태로 브랜드를 달고 출시를 준비하는 등 탁상행정도 논란거리이다.

지자체가 앞 다퉈 지역 전자화폐 도입을 내세운 것은 소상공인과 영세상인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고 소비를 진작시켜 지역 상권을 활성화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제대로 된 전수조사 한 번 거치지 않고 추진하는 상황이어서 지자체장 홍보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잠재돼 있다.

카드 수수료 인하로 직격탄을 맞은 신용카드사가 공무원 탁상행정을 틈타 입찰 준비를 하고 있어 또 다른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지역 전자화폐 발행 사업에 국내 신용카드사가 대거 입찰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 카드사는 체크카드 인프라를 그대로 차용, 다소 높은 가맹점 수수료 수익 획득이 목적이다. 수수료 급감으로 신사업 모색에 나선 카드사가 전문성 없는 지자체 공무원 대상으로 체크카드 형태 지역 전자화폐 도입을 제안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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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모델이 기존 체크카드 서비스를 지역화폐로 이름만 바꾼 게 대부분이어서 '지역 전자화폐' 사업이 본질을 잃은 것으로 지적됐다.

지역 전자화폐는 서민과 가맹점 대상으로 각종 복지 혜택과 매출 증대를 목표로 한다.

전자화폐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신용카드사가 체크카드 방식으로 전자화폐를 발급하면 서비스 혜택도 많고, 여러 준비 작업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공무원 대상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면서 “문제는 체크카드 형태로 지역화폐가 발행되면 소상공인에게 카드수수료를 그대로 전가하게 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선불형 전자카드로 발행하면 대체로 영세가맹점은 0.3%, 일반가맹점은 1% 수수료가 각각 발생한다. 반면에 체크카드는 영세가맹점 0.5%, 일반가맹점 1.6% 이상으로 수수료가 높아진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밴사 고위 관계자는 “지자체에 지역화폐를 체크카드 형태로 권유하고 다양한 부가 혜택을 약속하는 것 자체가 지급 수단별 차별 금지를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전문성 없는 지자체가 카드사 말만 믿고 체크카드를 지역 전자화폐로 오인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카드사가 은행까지 끌어들여서 다양한 우회 리베이트를 지자체에 주겠다는 약속까지 내걸고 있어 지역 전자화폐 발행 목적을 훼손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역 전자화폐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밴사, 스타트업, 시스템통합(SI) 기업 등도 카드사가 지역 주민 세금으로 수수료 수익을 올리려는 잘못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에 앞서 체크카드 형태로 지역 전자화폐 발행 사업을 추진해 온 한 지자체는 실적 부진으로 사업 자체가 유실될 위기에 처했다. 아동수당을 체크카드로 지급하고 이를 지역 전자화폐로 포장한 사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신용·체크카드와 지역 전자화폐 사업을 혼용, 실적이 곤두박질친 곳도 있다.

인천시는 전자지역상품권 '인처너 카드'를 선보였지만 사용이 부진하자 공무원 대상으로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 구설에 올랐다.

지역화폐 도입을 준비하는 공무원 전문성도 떨어진다,

한 지자체 고위 간부는 “카드사가 자사 인프라를 활용하면 편리하다는 제안을 받았다”면서 “서민이 편리하게 사용하면 방식은 문제될 게 없다”고 전했다.

안일한 지역 전자화폐 탁상행정과 카드사 꼼수 로비로 전국 지역화폐 사업은 또 하나의 체크카드 상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짙어졌다.


[표]지역화폐 발행 시 결제수단 비교(자료:본지 취합)

공무원 탁상행정+카드사 꼼수에 산으로 가는 '지역 전자화폐'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