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논란…차세대 산업 발목잡기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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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국내 대기업 뛰어드는데...융·복합 기술 역량 한계 지적

에너지 산업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중소기업자간경쟁제품'(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ESS는 테슬라·비야디(BYD)·벤츠 등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든 신시장으로, 국내에서도 삼성·LG전자와 효성을 비롯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대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산업 발전이 저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지정된 드론에 이어 올해 3D프린터와 ESS까지 지정하면 국내 성장 동력 산업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지적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1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는 ESS를 중기간경쟁제품 지정품목 의견으로 중소기업부에 건의했다.

ESS 중기간경쟁제품 지정은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이 신청했다. 중기중앙회는 신청 접수 후 이해관계자 간 조정회의를 거쳐 중기부에 건의했다. 중기부는 부처 간 업무 협의를 거쳐 올해 말 중기간경쟁제품을 최종 지정한다. 유효 기간은 3년이다.

이에 대해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전기공사협회 등이 일제히 반대 의견을 냈다. 심지어 중소기업까지 대거 반대했다. 전기공사협회에는 1만5000여개 중소기업이 가입해 있지만 ESS 중기간경쟁제품 지정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ESS는 에너지 분야에서 융·복합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테슬라·BYD 등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 선점에 나섰고, 국내에서도 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뛰어들었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커지는 중소 용량급 ESS 시장을 겨냥해 △전기차를 이용한 차량·전력망간통신(V2G) △폐배터리를 활용한 ESS 사업화 △제로에너지 하우스 등 ESS와 융합된 미래 에너지 효율화 산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ESS를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하면 산업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ESS 시스템은 여러 기술을 융·복합해야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다. ESS는 배터리,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전력변환장치(PCS), 전력관리시스템(PMS), 수배전반, 변압기 등 여러 구성 장치로 구성된다. 이번에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신청한 중소기업은 대부분 PCS 관련 기술만 갖췄다. 배터리나 BMS 등은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데도 ESS 전체를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신청했다.

KEA 관계자는 “ESS는 다양한 제품군이 결합된 융·복합 솔루션”이라면서 “건물 냉난방, 신재생(태양광·풍력), 가정용 ESS 등 산업 간 융합이 필요한 스마트그리드·스마트시티 구축 핵심 산업이자 차세대 신성장 품목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 많은 기업이 ESS 시장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미래 산업 기회와 충분한 산업 경쟁력 확보 없이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하면 국내 산업 경쟁력 저하와 쇠퇴가 우려된다”고 덧븥였다.

중기중앙회는 3D프린터도 40% 예외 비율을 두는 조건 아래 중기간경쟁제품으로 건의했다. 4차 산업혁명 핵심으로 꼽히는 3D프린터가 중기간경쟁제품이 되면 국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드론도 우리나라에선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돼 있다. 대기업이 적극 뛰어들 '공간'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 영역을 보호하는 중기간경쟁제품 제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심도 있는 검토 없이 미래 성장 동력 사업까지 대기업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규제를 완화해서 시장을 키우겠다는 정부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업계는 다양한 산업에서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요구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확대 기조에 편승해 일부 집단에서 '아니면 말고 식' 경쟁 제품 지정 요구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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