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연구개발 우수 성과와 기술사업화, 그리고 PBS

[데스크라인]연구개발 우수 성과와 기술사업화, 그리고 PBS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지난해 정부 지원 연구개발(R&D) 과제 6만1000여건 가운데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낸 100개를 '2018년 국가연구개발 우수 성과 100선'으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특히 연구 성과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 12개 과제는 '최우수 성과물'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이번에 국가R&D 우수 성과 100선에 선정된 과제는 사례집으로 발간하고, 연구자는 국가 R&D 성과 평가 유공 표창 후보자 추천 및 신규 R&D 과제 선정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고 한다. 해당 기관에도 기관 평가 가점을 비롯한 혜택이 돌아간다.

과학자 자긍심을 고취해 더 좋은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 대학을 비롯한 연구계 개발 성과를 사업화로 연결하기 위한 행사를 준비하던 차에 들려온 소식이어서 더없이 반갑다. 이처럼 우수한 연구 성과는 바로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우수 성과 100개만을 사례집으로 만들어 배포한다니 조금은 아쉽다. 정부가 투자하는 R&D비는 연간 20조원에 이른다. 이렇게 개발한 연구 성과 가운데에는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게 적지 않다.

아직까지 국가 연구기관이나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중소기업이 많다. 지난 몇 년 동안 기술사업화 관련 행사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이다.

기술은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많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소통 기회도 더 많이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R&D 과제가 연간 6만개 이상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혹시라도 이 과제가 단기 성과를 부추기는 '연구과제 중심 연구비 지원 시스템'(PBS) 과제라고 한다면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당초 PBS 제도는 연구자가 연구에 더 집중하도록 관리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역설이게도 관리를 위한 규제가 많아질수록 연구자는 연구 활동에서 멀어져 왔다. 연구 과제를 따내기 위해 뛰어다녀야 하고, 연구와 관련 없는 행정 업무도 직접 처리해야 하니 자연히 연구 활동에 투자해야 할 시간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런 과정에서 지친 나머지 정작 연구 활동에는 소홀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적어도 국가 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연구원이라면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기보다는 깊이 있는 연구에 몰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자칫 이번에 선정한 R&D 우수 성과와 이 같은 성과를 낸 연구자 포상이 연구원들로 하여금 단기 성과에 매달리게 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6만여개에 이르는 R&D 과제를 만들어서 연구자들이 수주해 연구하고 성과를 내라고 주문하는 것은 자칫 유행 따라 분야를 달리하는 얼치기 전문가를 양산할 수 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출연연을 해체하고 연구자 풀을 꾸려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낫다.

중요한 국가 과제라면 오롯이 전문 연구소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 그래야 깊이 있는 연구를 지속할 수 있고, 깊이 있는 성과를 일궈 낼 수 있다. 깊이 있는 전문가도 나온다. 노벨상은 그런 연후에나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성과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