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주가 급락에 국내 증시도 초토화..."역대 6번째 하락폭"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하던 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 급락과 맞물려 초토화됐다. 2008년 '리먼 사태'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주가가 추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전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인 데 이어 11일에도 4% 이상 동반 하락하며 연중 최저점을 다시 썼다. 주가 급락으로 인한 주식담보대출 반대매매 물량 출회 가능성에 코스닥 기업은 비상이 걸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98.94포인트(4.44%) 하락한 2129.67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출범 이래 역대 여섯 번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리먼 사태 발생 이튿날인 2008년 9월 16일 하락폭인 90.17P를 웃돌았다. 외국인은 전일까지 7거래일 연속 1조7900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약 4800억원을 팔아치웠다.

코스닥도 5% 넘게 하락하며 700선 초반까지 내려왔다. 이날 코스닥은 전일 대비 40.12(5.37%) 하락한 707.38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초 16년 만에 900선을 돌파한 코스닥 지수는 최근 들어 급격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증시 급락이 한국 증시에 결정타로 작용했다. 전일 코스피가 대폭 하락한 데 이어 미국 증시 급락까지 겹치면서 하락세를 더욱 키웠다. 10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3.15%, 나스닥 종합지수는 4.08% 각각 급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3.29% 떨어졌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 정보기술(IT) 등 기술주 실적 악화 우려 등이 미국 증시 급락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동안 신흥국과 달리 경기 회복 기대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던 미국 증시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실제 미국 증시는 지난달 21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3주째 조정을 이어 왔다. 이날 증시 급락으로 미국 주식시장도 더 이상 안전하다는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증시 조정 장기화에 당분간 한국 증시도 약세를 이어 갈 것으로 관측된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점차 바닥에 근접하고 있지만 저가 매수보다 경계감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주가 레벨이 낮아졌다고 해서 저가 매수를 해야 한다는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급격한 코스닥 지수 하락은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선 일부 코스닥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로 맡긴 주식 설정 가격이 내려가면 증권사나 저축은행 등 채권자가 미수금을 임의 처분하는 반대 매매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2분기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음에도 주가 안정세를 유지하던 코스닥 상장사가 최대 주주 지분을 담보로 자금 조달에 나선 경우가 많았다”면서 “신용융자잔액 비율이 높은 기업에 대한 투자는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