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 30번째 국감 맞은 김현목 보좌관

“보좌관은 목적의식이 명확해야 합니다. 목적을 갖고 노력한다면 현실 정치인이 될 수도, 각 분야 전문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김현목 더불어민주당 보좌관은 올해 30번째 국정감사를 맞았다. 1989년부터 2018년까지 국회에서 4급 보좌관 생활을 하며 '가을 독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국정감사가 열리는 매년 가을만 되면 독사가 된다는 뜻이다. 그는 영광이라고 했다.

[人사이트] 30번째 국감 맞은 김현목 보좌관

김 보좌관은 “국감은 정부 정책이 제대로 흘러가는지,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이라며 “주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여야의 입장이 나뉜다”고 말했다.

여당은 법과 제도 및 국정과제 이행에, 야당은 정치적 포커스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접근방식만 다를 뿐, 취지와 목적은 같다고 덧붙였다.

김 보좌관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책적으로는 정부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감시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물다섯에 평화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 고(故) 김봉욱 의원실 4급 보좌관이 된 그는 30년간 보좌한 의원만도 7명이다. 김봉욱·임춘원·정세균·송훈석·강동원·김철민·노웅래 의원을 보좌하며 한보철강 여신특혜, 강원랜드 도박중독 등 한국사에 남을 굵직한 사건도 공론화시켰다.

김 보좌관은 “가장 히트했던 것이라면 IMF 직전, 은행감독원 관계자 제보를 받아 터뜨린 한보철강 여신특혜”라면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강원랜드 도박중독 사건이었다”고 했다.

당시 한 도박중독자는 강원랜드에서 수백억원을 잃고 국회의원실 299곳에 도움을 호소했으나 김 보좌관을 빼고는 응답이 없었다고 한다. 김 보좌관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 강원랜드의 방만한 경영을 파헤치고 중독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낸 것이 가장 뿌듯한 일”이라며 “그 제보자는 지금 안티도박 운동을 벌이는 등 새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통신사 요금 인하 등 제도개선에 노력한다. 그는 시대가 바뀌고 사람과 문화도 바뀌다보니 국감도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1989년에는 정보기술(IT) 기기라고 해봐야 286컴퓨터밖에 없었다. 올해 국감에선 AI 스피커와 로봇 등 정보통신기술(ICT) 장비가 동원됐다. SNS 발달로 생중계되는 국감에서 팩트 없는 질의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라 질문 수준도 높아졌고, (의원 및 보좌진도) 전문화됐다고 평가했다.

김 보좌관 말처럼, 의원실 보좌진 위상은 지난 30년간 상당히 높아졌다. '가방모찌'에서 벗어나 전문직업화됐다. 변호사나 기자, 회계사 등도 보좌관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국회 입법기능이 강화되면서 생겨난 일이다. 보좌관은 전문성을 갖추고 법안 발의부터 통과까지 모든 실무를 관장한다.

김 보좌관은 2006년부터 서울시내 여성인력센터에서 보좌진 양성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현실 정치의 꿈은 접었다. 아쉽지만 그동안 별정직 공무원으로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받은 혜택을 갚자는 취지로 강의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보좌관으로부터 강의를 들었던 1~27기 수강생 수십명은 이미 국회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당과 의원실이 다른 제자들이라도 국감 현장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라고 했다.

김 보좌관은 “국회 최연소 보좌관으로 시작했지만, 이젠 최장수 보좌관, 최고의 보좌관이 되고 싶다”며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열정을 가지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을 오래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