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와 멀어지고, 중국엔 쫓기고"…한국, 4차 산업혁명 IP 경쟁서도 밀린다

특허 등록 수는 상위권이지만...中 등 후발주자는 빠르게 추격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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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근간을 이루는 핵심 산업 지식재산권(IP) 경쟁에서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 공개·등록 수를 기준으로는 상위권에 포진했지만 선두권과는 격차가 여전하고 중국 등 후발 주자와는 크게 좁혀졌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선도 산업을 지정하고 '뭉칫돈'을 쏟아 붓기로 한 상황에서 IP 경쟁력과 효율성을 감안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14일 전자신문과 광개토연구소가 4차 산업혁명 IP 현황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특정 분야 및 기업 편중이 심하고, 산업 생태계를 아우르는 경쟁력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AI, 자율주행, 드론, 핀테크, IoT 분야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미국 특허청에 출원해 공개(심사 중)·등록된 특허 개수와 피인용 수를 집계했다. AI 특허 양적 경쟁력은 △이미지 인식 △자연어 이해 △머신러닝 △지식표현 △음성인식 △음성 분석·합성 △신경모방 기술 분야로 분석했다.

이 부문에서 미국은 4만7370건(이하 올 상반기 기준), 일본은 1만1541건을 보유해 각각 세계 1·2위에 올랐다. 한국은 4427건으로 3위, 중국은 2798건으로 4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10배가 넘는 특허를 보유했다. 우리나라는 최근 추세를 볼 때 3위 자리도 위태롭다. 중국 AI 분야 특허 공개·등록 건수는 지난해 669건으로 577건을 기록한 한국을 처음 앞질렀다. 중국은 올 상반기에도 92건으로, 60건인 우리나라보다 우위를 점했다.

기업별 공개·등록 현황에서는 특정 기업 편중 현상이 뚜렷했다. 삼성전자가 1889건으로 글로벌 기업 가운데 상위권에 포함됐다. ETRI(598건), LG전자(405건)가 뒤를 이었지만 1위와는 격차가 컸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10위권 기업 특허 공개·등록 건수는 매년 감소했다. 4위인 중국은 화웨이, 텐센트 특허가 최근 5년 사이에 늘면서 빠르게 우리 기업과의 격차를 좁혔다.

미국은 IBM(4517건), 마이크로소프트(3332건), 구글(2679건), 뉘앙스커뮤니케이션(1198건), 애플(958건) 등 기업이 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일본도 캐논(1202건), 소니(1001건), 후지쯔(823건)를 비롯해 10위권 내 기업 간 편차가 크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기술 시장 관심도, 상업성을 판단할 수 있는 피인용 수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우리 기업의 특허당 최근 5년 심사관 피인용 수 평균은 5.75를 기록했다. 미국 9.53, 일본 8.11보다 현저히 낮았다. 네덜란드(7.11), 독일(6.57)에도 뒤졌다.

미국 전체 산업분야 특허 기준 심사관 피인용 수 평균이 5.0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 기업이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추세는 자율주행, 드론, 핀테크, IoT 분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자율주행 특허 공개·등록 수는 1045개로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심사관 피인용 지수는 4.34로 미국(8.40)과 일본(7.50)에 크게 못 미쳤고, 중국(3.83)과는 큰 차이가 없었다.

드론, 핀테크, IoT,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분야도 선두권과 격차가 크고 중위권에서도 뚜렷한 경쟁력을 보이지 못했다.

강민수 광개토연구소 대표는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IP 경쟁력 지형도에서 우리 기업 위치를 계량적으로 분석해 보면 취약성과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면서 “기업 핵심사업 영역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IP 영토를 효과적으로 확보, 선점하는 투자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