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IP 경쟁력 분석]韓 AI특허 경쟁력 겉만 번지르...양적·질적 강화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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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공지능(AI) 특허가 규모로는 세계 상위권을 기록했지만 특정 기업과 분야에 쏠리는 등 내실은 빈약하다. 중국이 지난해 우리나라 특허 공개·등록건수를 앞지르며 맹추격 중이다. AI 특허 분야 상위권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산업과 분야별 지식재산(IP)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美, AI 특허 강국 입증…韓은 일부 기업 편중

전자신문과 광개토연구소 분석 결과, 미국이 국가와 기업면에서 AI 특허 분야 강국임이 입증됐다.

최근 10년 간 AI 분야 특허 최다 보유 국가는 미국, 기업은 IBM으로 나타났다. AI 특허 보유 수 10위권 가운데 미국 기업은 6개로 다수를 차지했다. IBM 뒤를 이어 MS(2위), 구글(3위), 뉘앙스커뮤니케이션즈(5위) 등 미국 기업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캐논(6위), 소니(7위), 후지쯔(10위) 등 일본 대표 기업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4위를 기록, 10위권에 안착했다.

미국 기업은 개별 특허 보유 건수가 일본, 우리나라 등 상위권 국가에 비해 월등히 앞선다. IBM은 10년간 4500여건 AI 특허를 보유, 삼성(1889건), 캐논(1202건) 등 한·일 1위 기업에 비해 두 배 이상 기록하는 등 압도적 우위를 점한다.

미국은 다양한 기업이 다수 AI 특허를 보유했다. IBM, MS, 구글뿐 아니라 퀄컴(852건), 아마존(756건), 어도비(679건) 등 하드웨어(HW)·유통·소프트웨어(SW) 분야별 주요 기업이 다수 AI 특허를 보유한다. 한국 뒤를 바짝 쫓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화웨이(436건), 텐센트(240건), 레노보(133건) 등 통신·인터넷·HW 등 다양한 기업이 AI 특허 보유에 집중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AI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 제한적이거나 보유 건수가 선진국 주요 기업에 못 미친다. 국내 AI 보유 기업 상위권은 삼성전자 외 LG전자(405건·3위), 현대자동차 정도다. 삼성전자에 이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국내 AI 특허 보유 2위를 기록했지만 598건으로 삼성전자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4위 현대자동차(95건)부터 100건 이하로 떨어져 기업 간 격차가 상당하다.

◇韓 AI 기술, 다양성과 양질 특허 확보해야

한국은 AI 특허 보유 기술 다양성 측면에서 미국, 일본 등에 뒤처진다. IBM, MS, 구글 등은 AI 기술 가운데 '자연어 처리'와 '이미지 인식' '음성 인식' '머신러닝' 등 핵심 기술 특허를 골고루 보유했다. 일본도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이미지 인식과 음성 인식에 치우쳤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1889건 AI 특허 가운데 이미지인식(889건)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음성 분석(417건)과 음성 인식(299건) 등 음성 관련 특허가 주를 이룬다. ETRI와 LG전자도 마찬가지다. 이미지 인식과 음성분석(114건)이 다수다. 대부분 AI 응용기술이다. 머신러닝, 신경모방 엔지니어링 등 AI 기반 기술은 약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AI 제품 개발 과정에서 구글, MS, IBM 등 미국 기업과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AI 특허 보유 건수만큼 어떤 AI 기술을 확보했는지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면서 “이미지, 음성 인식 기반이 되는 머신러닝 등 다양한 AI 기술력 없이는 AI 제품이나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AI 특허 질적 수준을 가늠하는 '특허 피인용수'도 낮다. 10년간 특허당 심사관 피인용수가 가장 높은 기업은 미국 기업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즈다.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즈는 1990년대부터 음성 인식, 이미지 인식 등을 강화한 AI 전문기업이다. 애플 AI 서비스 '시리' 기반 기술을 제공하며 이름을 알렸다.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즈 특허당 피인용수는 27.77건으로 미국 AI 특허 보유 기업 평균 16.67보다 두배가량 높다. MS(21.36), 애플(16.56) 등 미국 주요 기업 피인용수는 10대 후반∼20대 초반을 기록했다.

일본도 캐논(14.73), 소니(13.52), NEC(13.23) 등의 특허 기술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평균 8.68을 기록, 개발한 특허 활용도가 낮았다. 국내 가장 많은 AI 특허를 보유한 삼성전자도 9.29로 해당 기술에 대한 업계와 연구계 관심이 적었다. LG전자(8.56), 현대자동차(1.86) 등 국내 주요 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 경쟁력은 양적 우위도 중요하지만 질적 지표도 중요하다”면서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등 주요국가에 비해 특허 종류와 질적 수준이 아직 뒤처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 중국, 이스라엘 등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 특허를 보유한 국가와 편차를 벌이기 위해서 차별화 요소가 필요하다”면서 “AI 분야별 특허 보유 확대와 시장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둬야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