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S제도개선좌담회]출연연 혁신 일환으로 PBS 바라봐야... 출연연 R&R과 PBS 개선 병행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구과제중심제도(PBS)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출연금에서 인건비 비중을 높이는 단순 처방에 그치지 않고 전면 개편까지 고려한다. 출연연 역할, 인건비 등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어떻게 풀지 관심이 쏠린다. 전자신문은 정부, 출연연, 학계에서 바라보는 PBS 개선 방향과 선행 논의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봤다. 전문가는 출연연 세부 역할과 책임(R&R: Role & Responsibility) 정립과 PBS 개선이 맞물려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연구개발(R&D) 과제 수주만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인건비 구조, 정년 환원 등을 포함해 출연연 전체 혁신 일환으로 PBS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참석자 (가나다순)

△김상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장

△이승복 서울대 뇌인지학과 교수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장(과학기술일자리혁신관)

※사회=양종석 전자신문 부장

◇사회(양종석 전자신문 부장)=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PBS 개선에 나섰다. 배경과 방향성을 먼저 들어보겠다.

[PBS제도개선좌담회]출연연 혁신 일환으로 PBS 바라봐야... 출연연 R&R과 PBS 개선 병행

◇이창윤(과기정통부 국장)=PBS 시작은 출연연 역사와 같이 한다. 출연연의 전과 후가 있다면 그 구분을 PBS 도입으로 나눌 수 있다. 출연연 설립 초반 우리나라 과기 역량, 인프라는 '제로베이스'였다. 이른 시간 안에 외국 기술을 받아야 했다. 경영 원칙도 연구 자율성과 경영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당시 회계 지원할 때 직접비는 일부 조달하고 인건비는 100% 정부가 조달한다는 원칙이 만들어졌다. 그러면서 1996년 PBS가 도입됐다. 출연연의 회계, 재정 구조를 바꾸려는 고민의 산물이다. 1990년대 초중반 거치면서 출연연보다 역량이 좋은 대학도 나왔다. 민간 역량이 커지는 환경 변화와 함께 출연연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면서 연구 생산성이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했다. 인건비 등 경영비 일부를 경쟁, 즉 수탁을 통해 확보하게끔 PBS가 도입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R&D 투자는 증가했는데 성과가 따르지 않는다는 R&D 패러독스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PBS가 연구 몰입도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따랐다. 이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은 지지난 정부에서부터 본격 형성됐다. 당시는 재정지원으로 안정성 보장하는, 즉 출연금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이번엔 단순히 출연금 비중 확대에 천착하지 않으려 한다. PBS 문제 외에도 연구성과와 관련해 기관 역할과 부합된 발전방안을 만들려 한다. 근본 개선방안 관점에서 보면 재정과 함께 출연연 R&R에 맞게 조직 인력 예산 재정 효율화 부분이 같이 가야 한다. 때문에 현장의 합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사회=현장에서 보는 PBS 문제점은 무엇인가.

[PBS제도개선좌담회]출연연 혁신 일환으로 PBS 바라봐야... 출연연 R&R과 PBS 개선 병행

◇김성수(한국화학연구원장)= 정책엔 장단점이 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택하는 것이 정부 정책이다. PBS도 필요성이 인정돼 고심 끝에 도입된 것으로 장단점이 있다. 어떻게 보느냐에 문제로 보인다. 가장 주요한 것은 '출연연의 역할, 발전 방향을 어떻게 잡을까'다. '큰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PBS는 어떻게 다듬어야 할까' 이런 관점이 필요하다. 연구 현장에서 PBS를 두고 찬반 의견이 고르게 나왔다는데 놀랍긴 했다. 연구계를 두루 만나는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는 게 의미가 있다. PBS만 놓고 보면 연구계에서 모든 문제 원인을 PBS로 돌리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또 정부가 제도 개선을 여러차례 추진하는 과정에서 연구계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데 대한 피로감도 있다. 확실한 것은 이제는 분명 PBS에 손을 댈 시기가 왔다. 근본 개선이 필요하다. 다만 출연연 발전 방안에 맞춰서 결단이 필요하다. 드러낼 것은 드러내고, 바꿀 것은 확실히 바꿀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PBS제도개선좌담회]출연연 혁신 일환으로 PBS 바라봐야... 출연연 R&R과 PBS 개선 병행

◇김상선(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PBS 도입에 따라 경쟁체계 도입을 통한 외부와의 협력, 연구성과 제고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과도한 과제수주 부담에 따른 모멸감, 단기성과 중심의 연구 환경, 전문성 함양 어려움 등 부정적 측면도 부각됐다. 연구현장의 단골 불만요인이다. 정부도 연구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PBS 제도 보완·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개선방안 검토가 벌써 일곱 번째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국가연구개발비 20조원 시대에 부응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이다. 한번 바꾸면 5년, 10년 계속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제도를 마련해 소모적 논쟁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PBS는 출연연 역할을 어디에 둘 것인가와 연계된 문제다. 출연연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세계적 원천성과 창출을 위해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연구 영역이지만 연구 주체가 담당할 수 없어서 출연연이 연구를 주도하는 것, 정부 각 부처 또는 기업 등 연구 수요 중에서 출연연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연구에 협력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첫 번째 영역에서는 블록펀딩 등을 통한 안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두 번째 영역은 PBS 방식이 적절한 방안이다. 정부에서 100%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가운데 '자율과 책임 원칙' 적용이 필요한 고유영역과는 별개로 출연연 도움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정부 부처와 기업 연구개발 수요가 있는 한 PBS제도를 폐지하거나 100% 인건비 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 출연연마다 두 가지 영역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PBS를 통한 지원비율 역시 분야별 기관별 특성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사회=PBS 개선 방향성과 사전에 필요한 준비 작업 등이 있다면.

[PBS제도개선좌담회]출연연 혁신 일환으로 PBS 바라봐야... 출연연 R&R과 PBS 개선 병행

◇이승복(서울대 교수)=PBS 논의 과정을 지켜봤다. 왜 방향이 잡히지 않는지 생각해보면 원칙과 배경 논의가 없기 때문이다. PBS 놓고 얘기하면 결론을 낼 수 없다. 기관 자체적으로 위상과 역할을 정리해야 한다. PBS 장단점을 이미 수없이 논의했다. 장단점이 있을 때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문제다. 우리가 뭘 선택하고 원칙이 무엇인지 정해야 한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PBS의 '주체' 문제다. 지금까지 PBS 경쟁 부담을 연구자 개인에게 지웠다. 연구자가 PBS를 많이 하면 연봉을 확보했다. 연구자 개인끼리 경쟁하고, R&D 규모가 작으면 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과제 수주 경쟁 주체를 출연연, 대학으로 봐야 한다.

출연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젊고 우수한 연구 인력 확보다. PBS가 이를 저해한다. 연구자가 부담을 느낀다. 경쟁의 단위를 연구자 개인이 아니라 출연연 간 경쟁 구도로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대학이 교수 간 경쟁 구도를 만들면 연구 성과가 일부분 향상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저차원적 접근이다. 다른 학교, 기관과 경쟁을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출연연도 경쟁에 있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김상선=PBS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연구자가 과도한 과제 수주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연구과제 수주와 인센티브가 서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 한편 가급적 과제 수주는 개인 연구자가 아닌 기관 차원에서 이뤄지는 체계도 고민해야 한다. 욕심 같아서는 미국 국립보건원이 가용자원 20%만 내부에서 사용하고 나머지 80%를 외부에 지원하는 것을 참조해야 한다. 우리 출연연도 아무리 과제를 많이 수주해도 100% 이상 되는 부분은 내부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해서 넘치는 부분은 외부에 아웃소싱하게 만들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개방형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가용자원을 반드시 내가 여기서 사용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외부에 있는 최고 팀과 협업함으로써 세계 최고 성과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이창윤=정부 정책 구상에도 이런 접근과 논의가 녹아 있다. PBS만큼 이해가 첨예한 분야가 없다. 이번에 PBS 논의를 제로베이스부터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23개 기관, 연구원, 노조 간부 등 다양한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당장 모두가 만족할 해법이 나오진 않았다. 그룹단위, 연구원 별 요구가 다 다르다. 유형별로 출연연를 나눠 출연금만 높이는 것이 해법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개인, 그룹, 출연연 단위에서 역할에 따라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 정책단위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성수=화학연구원 예를 들겠다. 10년 전 'krict 2020' 사업을 시작하면서 연구개발 적립금 중 30억원 정도를 털어서 PBS에서 독립된 자체 연구를 했다. 기관장이 바뀌어도 그 연구는 보장하기로 했다. 지금 화학연구원 대표 연구가 당시 추진한 두 개 과제다. 연구에 몰입하면 좋은 성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40대 연구자 가운데 좋은 연구자 많다. 한창 연구할 때인데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주면 더 발전하지 않을까. 퀀텀점프 계기가 될 것이다.

◇이승복=PBS 찬반 토론회를 한 적이 있다. PBS 폐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분명히 있다. 연구비 수탁해오면 기관 간섭 없이 연구했는데 PBS 폐지로 자율성을 침해받을 수 있다는 게 골자다. PBS로 과제 수탁을 많이 하는 분은 옹호한다. 다만 정부 입장에서 보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과제 많이 수주한다고 기관 경쟁력이 오른다고 보진 않는다. 이익은 전부 개인에게 간다. 앞으로 PBS가 개선된다면 기관 자율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연구자 개인 인센티브는 포기하는 것이 맞다. PBS의 유일한 이익이 연구자 인센티브로 활용되는 것은 옳지 않다.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게 문제다.

◇김성수=출연연 단어를 던지면 연구, 성과, 연구자가 아니라 PBS, 정년 등 연구 외적인 것이 먼저 떠오른다. 이런 문제를 이번에 해결해야 한다. 앞서 얘기가 나왔듯 PBS 개선과 인센티브 문제를 함께 고쳐야 한다. 인센티브는 그냥 개선하기 어렵다. 인센티브가 지금 급여 개념으로 지급된다. 인건비 10~15%를 차지한다. 연구 성과로 받는 게 아니라 과제를 수주했다고 받는다. 연구 수주했다고 인센티브를 받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없애면 연구 현장에서 당장 반발한다. 다소 엉뚱하지만 인센티브 금액을 정년 연장시 급여로 활용하는 식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 연구자가 통상 30년 일한다고 보면 3~4년 정년 연장에 필요한 급여를 깎인 인센티브로 조달할 수 있다. 그러면서 문제가 있는 사람은 퇴출할 수 있는 삼진아웃제 같은 시스템도 도입해야 한다. PBS 개편이나 정년 환원 이후 연구 수월성을 위해 기관장 책임 하에 퇴출시스템과 우수 연구자 파격 지원하는시스템을 맞물려 운영해야 한다.

◇사회=PBS와 유사한 해외 제도가 있나. 해외는 연구소를 어떻게 운영하나.

◇이창윤=각국 문화가 융합된 부분이라 단순 비교가 어렵다. 궁극적으로 보면 계약 중심 경쟁을 도입한 구조다. 민간 협력 연구는 대부분 있다. 비중의 차이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정부 지원은 30%. 나머지는 산업계에서 나온다. 막스프랑크 연구소 인건비는 80%가 정부에서 나온다. 출연연이 우리나라 독특한 기관이기 때문에 그들과 직접 비교할 수 없다.

우리 출연연 혁신방안이 왜 현장에 적용되지 않고 겉돌까. 분야별 기관별 특성을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BS도 그렇게 봐야하지 않을까. PBS라는 것이 매년 인건비율을 높여왔는데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개념이 맞다. 획일적으로 높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승복=PBS는 인건비 연구비가 섞인 문제다. 출연연에 안정성을 줄 수 있도록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리하되 효율성 문제는 R&R를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 모든 기관별로 PBS를 개별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 기회에 기관별로 발전방향, 역할 등을 재수립하고 조정해야 한다. 사실 진짜 중요한 것은 뒤쪽 'R(책임)'다. 책임에 대한 컨센서스가 없다.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을 때 어떤 기준과 근거로 평가를 할지에 대한 기준과 합의가 없기 때문에 논의가 흔들리는 것이다. 정부가 기관 평가를 어찌할지 평가 항목을 동시에 만들어야 한다.

◇김상선=R&R와 관련해선 출연연이 국가적 어젠다 프로젝트(NAP:National Agenda Project)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 삶의 질 향상 또는 각종 사회문제 해결 같은 사업의 경우 목표가 명확히 제시된 과제는 국내외 가용수단을 최대한 동원, 목표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민간이 더 잘 할 수 있다. 내년 정부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1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전통적인 R&D 방식을 넘어서 리빙 랩과 같이 수요자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PBS 관련해서 모든 출연연에 획일적 처방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기관별로 '맞춤형'으로 진행하는 방안이 가능할지는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출연연 특성에 따라 여러 단위로 구분하고 일정 기간마다 지원율을 조정하는 방안, 정부수탁사업을 출연금 예산 또는 정책지정사업 전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 연구과제 수주 또는 수행과 인센티브를 연계하는 방안은 적절하지 않다. 정년 연장 등 이슈와 패키지로 연계하는 방안보다는 우수한 연구성과 창출에 따른 인센티브를 파격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끝으로 향후 정부 계획을 듣고 싶다.

◇이창윤=출연연 R&R의 세부 내용은 이제 고민이 시작됐다. 세부 역할. 재정 구조, 인력 구조 조정 등이 다 이뤄져야 한다. 복잡하고 광범위한 이슈가 연결된다. 단순히 PBS 부분만 논의하면 안 된다. 또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출연연은 스스로 아이텐티티에 대한 목소리를 명확히 내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정부도 그런 환경을 만들고 지원할 것이다. 사회적 책무 또한 R&R에 반영돼야 한다.

◇이승복=출연연 R&R 발전 방향은 수립 기간이 필요하다. 먼저 준비되는 것부터 우선 시행해도 좋다. 전면으로 가는 것은 5년 뒤로 미루되 자원을 받던지, 그룹별로 준비되는 대로 시작하면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출연연 운영에 효율적이냐, 목적에 맞느냐 등 옥석이 가려질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오랜 시간 계속 들여다보며 가다듬어야 한다.

정리=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