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 예습과 선행학습은 NO! 있는 그대로 미술작품을 감상하자!

유럽 여행을 하면서 미술관과 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코스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 여행객은 세계적인 미술관에 갔다 온 것을 본인의 지적, 문화적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생각하며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오르세 미술관을 직접 다녀왔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교과서에 있는 작품을 직접 봤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떤 작품이 어떻게 감동적이었는지, 직접 봤을 때 어떤 전율이 왔는지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르세 미술관 홈페이지 첫 화면. (사진=오르세 미술관 홈페이지 캡처)
오르세 미술관 홈페이지 첫 화면. (사진=오르세 미술관 홈페이지 캡처)

여행을 하면서 처음 보게 된 자연의 풍광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감동을 적으면서, 세계적인 미술품에 대해서는 “직접 봤다”라는 그 자체에서 더 이상의 감동은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더라도 자신의 느낌과 감상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네이버 지식 검색에서 나올 듯한 이야기를 외워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그림에 조예가 없기에 함부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라는 생각, '내가 느끼는 게 맞는가?'라는 의문, '내가 느낀 대로 말했다가 무식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라는 두려움에 사람들은 말을 아끼고, 심지어는 자신의 느낌조차 차단하고 억누른다.

어떻게 하면 예습과 선행학습 없이도 미술작품을 행복하게 감상할 수 있을까? 사전 지식이 하나도 없어도 미리 공부하지 않아도 엄청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미술 관람법을 공유한다. 사전 지식 없이, 미리 공부하지 않을 때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사진=국립현대미술관 홍보영상 캡처)
국립현대미술관. (사진=국립현대미술관 홍보영상 캡처)

◇ 관객은 보이는 대로 볼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겁먹지 마라, 창의적인 작가는 창의적인 관람객을 원한다!

이 작품에서 이것을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애초에 불필요하다. 관객은 보이는 대로 볼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어떤 사조의 작품이기 때문에 어떻게 봐야 한다, 작가가 이전에 어떤 그림을 그렸으니 이번 그림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그래서 그 이전을 알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일부 평론가와 교육자가 자신의 취향을 진리처럼 강조하기 위해 만든 이기주의적 관람법 노예가 되면 안 된다. 그들처럼 보는 것은 그들로 충분하다. 관객은 작품을 있는 그대로 행복하게 관람할 권리와 자유가 있다.

겁먹지 마라, 창의적인 작가는 창의적인 관람객을 원한다. 평론가, 큐레이터, 도슨트가 아닌 작가와 직접 대화해 본 경험이 있는가? 실제로 작가는 작품 속에서 자신의 의도를 알아주는 관람객을 좋아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표현한 것을 창의적으로 느끼는 관람객을 훨씬 더 좋아한다. 첫 번째 스타일의 관람객은 자신을 반영해줘 기쁘고, 두 번째 스타일 관람객을 자신의 영감을 자극해 새로운 창작 욕구를 불태울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예습하지 마라! 선행학습은 금물이다! 오디오북과 큐레이터/도슨트 설명은 잠시 보류하자!

미술관에 가기로 했다면 그때부터 철저하게 관련 자료를 접하지 마라. 기사도 검색하지 마라. 시험을 보기 위해 미술관에 가는 게 아니라 예술을 느끼기 위해 미술관에 간다면, 절대 미리 공부하지 마라.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은 작가도 아니고, 기자도 아니고, 네이버 지식인도 아닌, '나'라는 점을 명심하자.

오디오북도 빌리지 말고, 큐레이터와 도슨트 설명을 듣지도 말고, 가능하면 전시장에 쓰여 있는 설명도 자세히 읽지 말고, 그림 자체를 제일 처음 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깨끗한 상태에서 내게 보이는 대로, 내가 느끼는 대로 감상하기를 권한다.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하게 되면, 미술관 간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설렐 수 있게 된다.

오디오북을 듣고 싶은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면, 일단 아무런 도움과 방해를 받지 말고 전시장을 모두 관람한 후 다시 처음부터 관람하면서 오디오북을 들으면 된다. 큐레이터나 도슨트 설명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가 미술관에 도착한 시간이 해설을 해주는 시간이 아니면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해설이 없는 시간에 관람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직접 느끼길 추천한다.

방송인 오상진이 오디오가이드에 참여한 김홍도 Alive; Sight, Insight 미디어아트展 포스터. (사진=Madestudio 제공)
방송인 오상진이 오디오가이드에 참여한 김홍도 Alive; Sight, Insight 미디어아트展 포스터. (사진=Madestudio 제공)

◇ 작품 자체를 보라

작품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전시장에 갔을 때 일정 거리에서 동일한 시선으로만 관람하지 않고 다양한 시야로 관람하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 그림에 초근접해 보기도 하고, 정말 멀리 떨어져 있다가 천천히 걸어오면서 그림이 어떻게 달리 보이는지 경험할 수도 있다.

오른쪽 측면에 가서 왼쪽을 바라볼 때와 왼쪽 측면으로 가서 그림 오른쪽을 바라보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오른쪽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그림의 왼쪽 위쪽을 비스듬히 바라보면 새로운 것이 보일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림과 소통할 때 얼마나 감동적인지 경험하면, 선입견 없이 그림을 보는 태도를 절대 고수하게 된다.

정일영 작가 마산항, 60.6×90.9cm, Acrylic on canvas, 2016. (사진=갤러리 바이올렛 제공)
정일영 작가 마산항, 60.6×90.9cm, Acrylic on canvas, 2016. (사진=갤러리 바이올렛 제공)

예를 들어, 정일영 작가의 '마산항, 60.6×90.9cm, Acrylic on canvas, 2016'은, 약간 떨어져서 볼 때는 안정적이고 평안한 풍광인데, 시선을 고정해 천천히 그림에 다가갈수록 정지한 그림이 영상으로 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는 안정감이 느껴지지만 분리해 바라보면, 높이가 다른 산은 어느 한 쪽으로 움직이거나 미끄러지는 듯하고, 항구는 언제든 움직일 준비가 돼 있는 정박해 있는 큰 선박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히려 바닷물은 크게 벗어나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켜줄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런 느낌은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작품에 집중할 때 받을 수 있다.

◇ 작가 메시지에 집착하지 마라, 내가 작가라면 그 그림을 그릴 때 이렇게 어땠을까 느껴보라(작가의 마음보다 내 마음이 더 중요하다, 관람 할 때는 관람객인 내가 옳기 때문이다)

다른 문화예술작품도 마찬가지이지만 미술작품을 볼 때 작가의 의도, 메시지를 파악해야 제대로 된 감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숙제가 아니고, 퀴즈도 아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목숨 걸지 마라.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지 마라, 너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숙제처럼 부담만 될 수 있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보다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관람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실제 작가가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파악하는 것보다, 내가 작가였다면 이 작품을 만들 때 뭘 어떤 느낌이었는지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닌 이 작품을 만들 때 작가의 마음을 내 관점에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만들 때 작품의 주인은 작가이고, 소유할 때 작품의 주인은 소장자이지만, 관람할 때 작품의 주인은 '나'이다. 그러므로 내가 느끼는 모든 것들은 있는 그대로 '진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그림과 대화하는 법, 작가와 대화하는 법:그림을 보고 재촉하지 마라

미술관에서 관람할 때 하나의 작품에 나는 얼마의 시간을 투자했었는지 생각해보자. 보통 3분 이내일 가능성이 많고, 길어도 10분은 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림을 그림 자체로 감상하는 것을 반복해 경험하면, 하나의 작품만 관람하는데도 최소 2시간이 필요하다.

각도와 높이, 거리를 바꿔가며 보면 어느 순간 확 와닿는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 진짜 그림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계속 몰입하면 그림과 대화하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 그림과도 대화를 하고 작가와도 대화가 가능하다. 300년 전 작가와 현재의 내가 그림을 통해 어떻게 대화가 되냐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인데, 한 작품을 두세 시간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런 경험이 반드시 있다.

너에게는 보이고 너와는 대화를 하는데, 왜 나에게는 보이지도 않고 침묵만 지키는지 초조해하며 재촉하지 않고 내가 먼저 마음을 열 때 그림은 더 많은 이야기를 알려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영화를 볼 때 하이라이트만 보여준다면 스포일러라고 무척 싫어할 것이다. 유일하게 하이라이트만 몰아서 보기를 원할 수 있는 영화는 예외적으로 에로영화다. 작품을 볼 때 장편 영화를 본다는 마음으로 차분히 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영화는 최소 10분 안에 관객을 사로잡지 못하면 안 된다. 3분을 봤는데 느껴지는 게 하나도 없으면 그 작품은 패스해도 된다.

미술작품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몇 시간, 며칠, 몇 달, 몇 년을 걸려 그린 그림의 모든 것을 3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내에 느끼고 알려고 하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이다.

지금 소개한 미술작품 관람법을 몸으로 익히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아닌, 인사동의 작은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을 보더라도 정말 많은 것을 느끼며 감동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렇게 관람하면 세계적인 대가의 작품이 왜 위대한지 더욱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천상욱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