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이홍렬이 사별한 반려묘를 추억하는 방법

코미디언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이홍렬
코미디언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이홍렬

“풀벌, 나갔다 올 동안에 죽지 마. 알았지?”

'뺑코'라는 별명으로 친숙한 코미디언 이홍렬은 외출할 때마다 암에 걸린 반려묘 풀벌에게 말했다. 17살 풀벌은 집사(고양이 주인) 당부를 들어줬다. 넉 달 전 집사 품에서 숨을 거뒀다.

이씨는 요즘 '펫튜브'(펫과 유튜브를 합친 신조어)를 운영하면서 풀벌 생애를 영상으로 추억하고 있다. 비교적 늦게 시작했지만 누적조회 수 14만뷰를 넘어섰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펫팸족 1000만명 시대다. 유튜브 상에는 펫튜브 채널이 성장하고 있다. 올해 7월 강아지 관련 영상조회 수는 전년 동기대비 86% 증가했다. 고양이는 77% 증가했다.

펫튜브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직접 키우지 못하는 현대인을 위한 힐링 채널로 주목받고 있다. 시청자들은 스스로 '랜선집사'라고 칭하며 감정적으로 대리만족을 느낀다. 스트레스 해소 및 반려동물 정보를 교류하는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씨는 펫튜브를 '펫 로스 증후군'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펫 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 상실 충격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그에게 풀벌은 가족이었다. 1999년 이홍렬쇼가 끝난 뒤 이어진 기러기 아빠 생활에 하나뿐인 동거가족이었다. 풀벌 부모 플러피를 키우기 시작하며 고양이와 연을 맺었다. 풀벌은 이씨를 잘 따랐다.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인데도 목욕할 때는 이씨 손에 몸을 잠자코 맡겼다.

그러던 풀벌이 17세가 되자 갑자기 건강이 나빠졌다. 구강암이었다. 수의사는 안락사를 권했다. 이씨는 거부했다. 부르면 돌아보는 아이를 어떻게 죽이느냐고 반문했다. 암이 눈까지 올라와 매일 같이 고름이 터졌다. 닦아주면서 이겨낼 수 있게 다독였다. 하지만 풀벌이 고통에 시달리고 균형감각까지 잃자 달리 선택권이 없었다.

이씨는 “풀벌과 시간을 되돌아보고 추억하는 과정은 삶의 소중함을 재발견하는 시간”이라면서 “영상을 통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댓글을 보면 얼마나 힘이 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따뜻함에 눈물 난다는 댓글, 웃는 댓글, 풀벌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게 아니라 거기서 집사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댓글이 기억난다”며 “구독자에게도 나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이씨는 평소 영상으로 일상을 남기는 취미가 있었다. 과거 캠코더 시절부터 꾸준히 가족과 고양이 영상을 촬영해왔다. 처음에는 단순히 기록을 남기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이를 통해 재미와 감동을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아날로그 사진과 VHS를 모두 디지털화했다. 3박4일 동안 40여편을 정리하고도 남았을 정도로 방대했다.

이씨는 “하나하나 다 뒤져보면서 편집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아직은 얼마 안 돼서 내가 전하고자 하는 재미와 감동을 충실히 풀어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편집프로그램도 무료 프로그램, 영상 촬영도 디지털화한 영상과 스마트폰 카메라만 사용하는 초보 유튜버다. 하지만 목표만은 확실하다. 좋은 어른이 보여줄 수 있는 영상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이씨는 “영상은 한 번 올리면 돌이킬 수 없기에 전부가 소중하다. 욕심부리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 콘텐츠를 만들어 감동과 재미, 정과 효도까지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