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가전 누적 수출액, 21% 감소....끝없이 추락하는 가전 수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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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정용 가전 수출액이 3분기까지 2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문제 등 외부악재와 함께 해외 생산 증가, 중국산 저가 가전 득세로 가전 수출액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생산 감소로 인한 일자리 여건 악화 및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 여기에 미중 통상 갈등은 가전 수출 전선에 악재로 꼽힌다.

17일 한국무역협회 수출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가정용 전자제품(MTI 82 품목 기준) 누적 수출액은 54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액보다 21.1% 줄어든 규모다. 반대로 수입액은 53억9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6.7% 증가했다.

눈에 띄는 것은 미국향 가전 수출액이다. 미국은 한국의 1위 가전 수출국이다. 3분기 기준 수출액은 15억4600만 달러로 15.1% 줄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평년 수출액을 유지하던 미국 가전 수출액은 올해 1분기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지난해 전체 미국 수출 규모는 23억9200만 달러로 2016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통상 문제가 크다. 세이프가드로 인한 세탁기 수출 위축이 컸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세탁기 물량은 세이프가드 쿼터에 가로막혀 줄었다. 대표적으로 창원에서 세탁기를 생산하는 LG전자 수출 물량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가 마련 중인 현지 세탁기 공장이 완공되면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까지 국내 가전사는 미국 현지 비축물량을 활용해서 줄어든 세탁기 수출 물량을 보전하고 있다.

3위 수출국인 중국향 가전수출액은 4억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7%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도 30% 넘게 수출물량이 줄어들 정도로 중국향 수출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중국 현지 가전시장을 낮은 가격을 앞세운 로컬기업이 장악해서다.

반면,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가전 수입액은 12.5% 증가한 2억83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증가세다. 중국 가전사 제품이 한국에 유통되는 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차이슨' 무선청소기와 샤오미 공기청정기와 같은 가격 파괴 제품이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끄는 등 일부 품목서 중국 가전이 선전하고 있다.

가전업계가 프리미엄 고부가 제품으로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가전 수출 둔화는 국내 경제에 분명한 악재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도 변수다. 무역긴장이 장기화될수록 양국 내수 수요가 줄어들면서 한국 수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장기화될수록 경기가 둔화되면서 중국과 미국의 수입 수요도 축소될 수 있다”면서 “또 수출액이 준다는 것은 해외 생산 비중은 늘고 국내 생산 물량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국내 일자리 창출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