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민동욱 엠씨넥스 대표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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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엔지니어에서 카메라모듈 대표 CEO로….'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는 요즘 뉴스메이커다.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수요가 급증하면서 회사가 비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 66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엔 7000억원 고지에 도전한다.

그는 휴대폰 개발자 출신이다. 그것도 일반 엔지니어가 아닌 휴대폰 업계에서 스타급 연구원으로 유명했다. 현대전자에 입사한 민 대표는 팬텍앤큐리텔(2001년 팬택이 현대전자에서 분사한 현대큐리텔을 인수) 재직 시절인 2002년 33만화소 카메라폰을 개발했다. 33만화소 카메라폰은 세계에 존재하지 않던 제품이었다. 당시 주임연구원이던 민 대표는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 팬택인상'을 받았다. 개발에 대한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03년 이번에는 130만화소 카메라폰을 만들었다. 또 2004년에는 300만화소 카메라 모듈을 개발했다. 모두 세계 최초였다. 세상에 없던 제품을 3년 연속으로 만든 것이다. 소위 잘 나가던 개발자인 그는 2004년 엠씨넥스를 창업했다. 안정된 지위를 포기하고 험난한 길에 올라섰다. 도전엔 시련도 많았다. 하지만 10여년 뒤 스타트업은 매출 7000억원을 넘보는 중견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는 “잘 나갈 때 위기를 먼저 생각하고 선행기술에 앞서 투자한 것이 위기 극복과 성장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도전과 위기 극복 노하우를 들어봤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민동욱 엠씨넥스 대표

-창업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어떻게 결심하게 됐나.

▲당시 휴대폰 제조사는 카메라 모듈 상당 부분을 일본에 의존했다. 국산 휴대폰에 카메라가 장착되기 시작했던 시기였지만 국내에는 제대로 된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곳이 없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가능성을 봤다. 원천기술을 확보해 휴대폰 카메라 모듈 시장에 진출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후배 5명과 세계 영상 부품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켜 보겠다는 일념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2004년 창업했는데, 2005년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2004년은 스마트폰이 없었다. 피처폰 시절이었다. 카메라는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했다. 소니, 샤프, 산요, 교세라 등이 우리나라에 카메라 모듈을 수출하던 제조사다. 수입해 쓰던 카메라 모듈을 엠씨넥스가 국산화한 거다. 현대, 팬택 등에서 우리 제품이 싸고 좋으니까 많이 써줬다.

2005년 매출 100억원을 달성한 엠씨넥스는 이듬해인 2006년에는 300억원을 기록, 매출이 3배나 증가했다. 이제 막 성장에 속도를 붙이던 2007년, 그러나 회사에 위기가 찾아왔다. 핵심 거래처들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일부는 부도까지 맞은 것이다. 엠씨넥스도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핵심 거래처들이 무너졌을 때 위기극복이 쉽지 않았을 텐데.

▲맞다. (연도별 실적표를 보여주며) 원래 2007년 매출 목표가 400억원이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305억원 밖에 못했다. 2006년과 거의 동일한 실적이다.

2006년부터 공을 들인 게 있었다. 수출이었다. 중국 상하이에 공장과 영업사무소를 만들고 일본과 대만에는 판매 법인을 만들었다.

수출을 왜 준비했냐면 국내에서는 삼성, LG를 제외한 모든 휴대폰 제조사와 거래를 하고 있었다. 삼성, LG는 수입을 하거나 계열사를 통해 카메라 모듈을 조달했다. 그러다보니 이젠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중국이 일본 제품을 비싸게 수입해서 쓰고 있는 걸 알았다. 그래서 중국 수출을 해보자 했던 거다. 나아가 일본에도 수출하기로 했다. 역수출이다.

잘 알겠지만 수출은 1년 만에 성과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공들인 지 2년째 되는 2008년부터 결과물이 생기기 시작하더라. 2008년 매출이 568억원이었는데, 수출로만 320억원을 거뒀다. 국내 매출은 줄었지만 이때부터 수출 비중이 60~70%를 넘기 시작했다. 2008년, 2009년 계속 수출이 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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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성과가 대단했던 것 같다. 2010년 매출이 1450억원, 2011년에는 2153억원을 기록했다.

▲잘 됐다. 크게 성장도 했다. 그런데 2012년도에 2차 위기가 왔다. 회사 매출이 처음 꺾인 거다. 2012년은 우리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한 첫 해였다. 그런데 주가가 반토막 났다. 거래처인 팬택이 2차 워크아웃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가 상장하고 한 달 뒤 팬택 워크아웃이 발표되더라. 여기에 일본 거래처들이 사업을 접기 시작했다. 산요, NEC, 카시오, 히타치가 차례로 철수했다. 애플 아이폰, 삼성 갤럭시 영향이었다.

자랑스러운 게 하나 있었는데 국내 카메라 부품 업체가 일본에 수출한 거 우리가 1호다. 일본 제조사 중 소니를 제외하곤 우리가 거의 다 거래를 했다. 물량이 많고 적음을 떠나 열심히 했다. 그랬던 일본 물량이 빠지니까 타격이 컸던 것이다.

-그럼 두 번째 위기는 어떻게 극복 했나.

▲2011년부터 대비한 것이 도움이 됐다. 삼성전자 노트북 등 가전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다가 2011년 12월부터 스마트폰을 만드는 무선사업부와 거래를 시작했다. 무선사업부 등록을 위해 2011년 초부터 열심히 노력했다. 이때 베트남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삼성이 베트남에서 스마트폰 생산을 많이 하니까. 2012년부터 부지 선정부터 법인 만드는 걸 준비했다. 삼성 무선사업부와 거래를 하면서 다시 한 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사업이 잘돼도 항상 선행 투자를 했기 때문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연속 기업으로 가려면 매출이 정체되면 안 된다. 시장을 개척해야 하고, 신기술 개발도 끊임없이 해야 한다. 모두 생존을 위해서다. 1차 위기 때 해외 매출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다. 2차 위기 때도 마찬가지다. 삼성 무선사업부와 거래하지 못했다면 아찔했다. 그리고 상장사는 열심히 잘 해야 한다는 걸 절감했다. 불특정 다수에서 손해를 줄 수 있으니까. 그 때 공부를 많이 했다. 전문경영인은 1~3년 실적을 중요시 하지만, 오너 경영인은 기업의 연속적인 성장에 초점을 둔다. 인재 채용과 R&D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올해 4월 엠씨넥스는 삼성전자로부터 기술혁신 대상을 받았다. 삼성전자가 기술 혁신을 거둔 협력사를 대상으로 시상을 했는데, 엠씨넥스가 1위에 꼽힌 것이다. 엠씨넥스는 '이산화탄소 드라이아이스' 세척 공법을 업계 최초로 도입해 카메라 이물질 제거 방식을 혁신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엠씨넥스의 기술 및 제조 경쟁력이 돋보인 사례다.

-스마트폰 시장 정체에 대한 우려가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약진도 걱정거리다.

▲중국의 약진이 삼성만의 고민은 아닐 거다. 애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삼성이 글로벌 시장을 다시 탈환하겠다고 했다.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 같은 협력 업체 입장에서 고마운 일이다. 삼성이 한다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마트폰 내에서 카메라의 중요성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트리플, 쿼드로 카메라 숫자가 늘어날뿐만 아니라 홍채인식이나 얼굴인식 등 기능성 카메라 등장도 빨라지고 있다. 카메라 시장은 계속해서 확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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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옵티컬이나 오필름과 같은 중국 부품 회사들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맞는 얘기다. 어려움이 없지 않다. 그런데 우리가 경쟁력이 있다. 중국이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중국 완제품 고객이 많아져서다. 정부 지원도 상당하다. 공장 무상 지원해주고, 설비 투자비도 대출해 준다. 수출 장려금도 준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도 이런 문제에 배경을 두고 있다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과 우리는 제품의 품질이나 안정성에서 차이가 난다. OIS, 엔코더, VCM 등 우린 핵심 기술 내재화를 많이 했다.

-다른 사업들은 어떤가. 사업 다각화도 중요할 텐데.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로 우리 회사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전장, 생체인식, 구동부품으로 균형 있게 나눠져 있다.

전장은 회사설립 초반부터 시작해 현재 국내 최대 규모 자동차용 카메라모듈 업체로 성장했다. 전장사업부의 주력매출인 전·후방 카메라 및 어라운드뷰모니터링(AVM)용 카메라 모듈은 세계적인 법제화 추진 및 안전성과 편리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이 이어지며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2015년부터 연구개발 투자를 시작한 생체인식모듈은 2016년 말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했다. 홍채인식모듈은 삼성전자 플레그십 모델에 공급했고, 지문인식모듈은 삼성전자 주력 양산 모델과 중화권에 공급하며 하나의 사업부로 자리매김했다.

구동계(액츄에이터) 사업부는 올해가 기대된다. 2017년 플레그십 모델 전면부 납품을 시작으로 다양한 모델로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구동계 부품 중 심화 기술로 꼽히는 OIS(손떨림방지) 채택이 늘어나 기대된다.

향후 플래그십 전면부 카메라에 구동계 도입이 늘고 듀얼, 트리플, 쿼드 카메라 등 카메라 개수 증가로 구동계 관련 제품 판매가 호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구동계는 그래서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설비를 추가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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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미래를 대비해왔는데, 새롭게 준비하는 것이 있는 지 궁금하다.

▲디지털 정보 디스플레이(DID)에 관심이 많다. 대형 디스플레이에 카메라 모듈을 장착하고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다양한 분석을 할 수 있다. 카메라로 들어온 영상을 통해 성별, 연령대를 인식, 맞춤형 상품을 소개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데이터 처리를 하게 되면 매장을 찾은 주간, 월간 상세 분석 데이터도 제공할 수 있다. 데이터 활용 문제가 있었는데, 사회적으로 규제 개혁 논의가 활발한 만큼 다시 열심히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3D 카메라, VR·AR 카메라, 헬스케어도 유심히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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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욱 엠씨넥스 대표는 동국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현대전자, 팬택앤큐리텔에서 연구개발 업무를 맡았다. 초소형 카메라 모듈에 대한 기술적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4년 12월 엠씨넥스를 설립했다. 평소 꿈이었던 국가와 사회에 공헌하는 방안으로 카메라 모듈 국산화에 도전장을 던져 엠씨넥스를 현재 차량용 카메라 부문 국내 1위(세계 5위), 모바일 카메라 부문 국내 4위(세계 11위) 회사로 만들었다. 산업 발전과 경제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고용창출 우수기업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2017년에는 소재부품 산업표창을 수상했다. 연구개발을 통한 도전과 혁신으로 변화를 주도하고 차세대 IT 산업을 선도하며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대담=장지영 미래산업부장

정리=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