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앞서 가계대출 관리나선 정부...고DSR '70%' 규제 이달 본격 시행

정부가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앞서 대출 규제를 통한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에 나섰다.

2021년까지 가계부채 증가율을 5%대로 낮춰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준으로 억제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추가 여신관리 수단을 대거 도입해 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수준으로 고공행진하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는데 정책 수단을 집중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앞서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를 열고 '은행권 DSR 관리지표 도입방안 및 RTI제도 운영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율이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절대 규모가 여전히 크고 증가세가 높아 낮아진 증가율에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중장기 관점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우선 명목GDP 성장률에 근접하도록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가 꺼내든 방안은 DSR 관리지표다. 은행권의 여신심사가이드라인 개정 등을 거쳐 이달 말부터 시행한다. DSR은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한도대출 등 대출자의 연간 총부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개념이다. 소득, 신용도 등 차주의 상환 능력을 반영해 금융권이 대출 한도를 정하도록 한 지표다.

금융위는 DSR 70%가 넘는 대출을 고(高)DSR 기준 삼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에 차등 적용키로 했다. 은행 돈을 새로 빌린 차주가 소득의 7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쓰는 경우를 각 은행별로 별도 관리하게끔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은 DSR 70% 초과대출은 15%, DSR 90% 초과대출은 10% 이내에서 관리해야 한다. 지방은행은 30%와 25%, 특수은행은 25%와 20%가 기준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득의 70%를 넘는 부채 상환은 가계의 정상적인 생활을 제약한다”며 “현행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수준과 최저생계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평균DSR 기준도 동시에 제시했다. 2021년말까지 각 은행은 평균DSR이 시중은행 40%, 지방은행 80%, 특수은행 80% 이내가 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6월 신규 대출의 평균DSR은 시중은행 52%, 지방은행 123%, 특수은행 128%이다. 사실상 각 은행권의 대출 한도 결정이 보수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이처럼 고강도 대출 규제를 추가 도입하는 이유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한국 경제의 취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 주택시장 과열이 상당히 진정됐지만 가계부채 증가율이 여전히 지나치게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이달 기준금리를 연 1.50%로 11개월째 동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정부 당국 노력으로 둔화되고 있으나 소득 증가율을 웃돌아서 증가하는 한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담”이라며 “거시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면 금융안정에 유념해 통화정책을 펴야한다”고 말했다.

한은과 금융당국 모두 금리 인상의 최대 걸림돌로 가계부채 증가율을 지목한 셈이다. 금융당국의 추가 대출 규제 도입 역시 본격적인 금리상승 국면에 대비해 금리 변동에 취약한 차주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강한 경계 심리는 내달 한 차례 금리 인상 이후 당분간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을 키우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통화정책 방향에서 완화 정도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기존 문구 가운데 '신중히'를 삭제했다.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금통위 이후 시장은 추가 금리인상 시점보다는 '당분간 금리인상은 없다'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내다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가 뚜렷한 상황에서 실제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시기를 내년 하반기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진 왼쪽 첫번째)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를 열어,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관련 동향 등을 점검하고 은행권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관리지표 도입방안 및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제도 운영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진 왼쪽 첫번째)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를 열어,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관련 동향 등을 점검하고 은행권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관리지표 도입방안 및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제도 운영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